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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앞에선 총수와 인증샷, 뒤에선 기업 옥죄기

조민정 기자I 2025.03.26 05:40:00

돌아온 한덕수 권한대행…상법 개정안 거부해야
''불확실성의 전쟁'' 속…얼어붙은 기업 보폭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한국이 중국에 앞서는 건 반도체와 축구뿐이다.”

최근 만난 중국 전문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의 일갈이었다. 이미 전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한국을 앞설 정도로 치고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 소장은 봤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 탄핵 선고와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상, 물불 안 가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등 우리 기업들의 미래가 단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 불확실성과의 전쟁 중이다. 발밑에 부비트랩들이 득실대고 있다. 고용은 멈춰 섰고 인수합병(M&A) 등 공격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기업들의 보폭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여당과 경제단체, 기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이 개정안에 대해 반(反)기업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행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장기 성장을 중시하는 기관투자자 간의 갈등,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 대립 등 이해관계 상충은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사를 겨냥한 줄소송은 이어질 게 뻔하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다 기업을 잡는 교각살우를 범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기업과 정치는 겉으론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음)이라는 원칙 아래 행동하지만, 사실 파트너십 관계로 보는 게 옳다. 하지만 정치 권력자는 대기업 총수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미리 대선을 준비하기에만 급급하다. 일방이 진정성 없이 다른 일방을 이용만 하려 든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글로벌 국가대항전에서 분투 중인 기업들의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 정치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돌아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정치권의 수용은 기업과 정치 간 올바른 파트너십의 출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로비에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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