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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해"·"지키자"…응원봉·태극기 가득 채운 도심[12·3이 바꾼 사회]

송주오 기자I 2025.01.26 11:00:05

■12.3 계엄, 우리 사회에 남긴 것②
작년 말 국회 주변 집회서 응원봉 등장
K팝과 함께 콘서트 방불…외신 "새로운 비폭력 상징"
보수집회선 태극기 외 경광등 추가…젊은층 확대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과격화…"용인할 수 없는 폭력"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도심의 풍경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고, 이 집회엔 이를 상징하는 응원봉과 태극기가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8년 전 탄핵사태 때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구도가 응원봉과 태극기로 대체된 모양새다.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이 넘실거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된 날이다. 응원봉을 든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탄핵안 표결 참여를 요구했다.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이라는 새로운 집회 도구가 등장한 상징적 장면이다. 응원봉이란 새로운 도구에 맞춰 집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케이팝(K-POP)이 집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다. 특히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탄핵 찬성집회를 대표하는 집회곡이란 상징성이 더해졌다. 응원봉과 케이팝이 합쳐지면서 집회 현장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외신도 이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케이팝 팬들의 야광 응원봉이 기존의 촛불을 대체하며 시위의 새로운 비폭력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케이팝 응원봉이 윤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들어간 축제의 북적임을 보여주면서도 (시위가) 질서정연했다”며 “차세대형 민주주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보도했다.

응원봉과 함께 집회 주변에 미리 식당의 메뉴 값을 결제하는 ‘선결제 문화’도 퍼졌다. 집회에 참석을 하지 못한 대신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한 새로운 의사 표시 방식이다. 선결제 상점과 메뉴가 급증하면서 이를 정리하기 위한 온라인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집회에서는 또다시 ‘태극기’가 성조기와 함께 나풀거렸다. 일명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집회는 대표적인 보수집회다. 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태극기 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등장해 이목이 쏠렸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집회 도구로 사용했다.

태극기 집회는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초기 태극기 집회는 노년층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2030대 젊은 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보수집회=노년층’이란 공식이 깨졌다.

태극기 집회의 진화도 엿보인다. 최근 집회에는 태극기, 성조기와 함께 빨간 경광봉이 새로운 집회 도구로 떠올랐다. 또한 젊은층 유입 확대 영향으로 찬송가, 트로트 외에 팝송 등도 틀고 있다. 다만 젊은층의 유입 확대가 최근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의 과반이 20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들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AFP통신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전하면서 “용인할 수 없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을 수십 년만에 최악의 정치 위기로 몰아넣은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문을 부수고 법원으로 몰려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의 구호를 차용했다”며 “이는 1·6사태로 귀결된 2020년 미국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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