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사들의 행보는 올해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포트폴리오사들의 중동 진출을 돕거나 현지 알짜 스타트업을 점찍어 육성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자금이 모이는 ‘기회의 땅’ 중동에서 국내 투자사들 역시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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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는 지난해 한국벤처투자가 진행한 모태펀드 해외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에 중동 VC 벤처수크와 공동운용사로 선정됐다. 이로써 1500만달러(약 215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했고, 이에 더해 최소 4000만달러(약 573억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IMM인베는 앞서 중동 VC 쇼룩파트너스와도 지난해 1억달러(약 1432억원) 규모의 신규 공동운용 펀드 1차 클로징한 바 있다. 쇼룩파트너스와는 2021년에도 공동운용 펀드인 프로젝트펀드 나다 1호 펀드를 결성한 경험이 있다. 해당 펀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스마트팜 기업 퓨어하베스트, 사우디아라비아 핀테크 유니콘 타마라에 투자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AC)와 VC를 운영하는 스파크랩은 지난해 ‘스파크랩 AIM AI’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전 세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육성하고자 사우디 정부로부터 5000만달러(약 670억원)를 출자받아 결성됐다. 스파크랩은 이 펀드로 혁신 기술을 갖춘 시리즈 A·B 단계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중동 진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UAE 아부다비 투자 포럼 개최하는 AIM 글로벌 재단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기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UAE 출자자(LP)들의 자금을 유치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 4326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는 중동 LP 자금을 조달해 펀드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VC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에서도 펼쳐질 전망이다. 국내 PEF 한 대표는 “국내 정치 이슈로 다양한 국내외 LP들이 자금을 푸는데 망설이고 있는데 워낙 정치적 혼란과 내전이 빈번한 중동은 오히려 차분한 모양”이라며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중동 LP와 관계를 쌓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펀드 결성뿐 아니라 현지 투자사와 함께 국내 포트폴리오사의 중동 진출을 돕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예컨대 씨엔티테크는 사우디 파라크 인베스트먼트 허브와 글로벌 스타트업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국내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간 상호 스타트업 지원과 생태계 교류에 협력하게 됐다. 씨엔티테크는 이후 사우디 제다에 방문해 사우디 현지 투자기관과 현지 진출 패스트랙 프로그램을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트폴리오사가 중동 현지에서 활약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동으로 시선을 옮기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은 그동안 회사에서 포트폴리오사의 진출을 돕고 현지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네트워크를 쌓고자 공들인 지역”이라며 “관계 쌓기가 다소 어려웠던 중동은 오히려 현지에서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정부산하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활약하는 포트폴리오사덕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공략의 한 축으로 중동을 검토하고 있는데, 현지에 진출한 포트폴리오사를 통해 서서히 네트워크를 쌓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