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트럼프 불확실성…제조업 체감경기 ‘뚝’

김형욱 기자I 2025.01.12 11:00:00

산업연구원 제조업 경기실사지수
1분기 시황 전망 93서 87로 하락
내수 부진+대외 불확실성 ‘이중고’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제조기업의 연초 체감경기가 크게 꺾였다. 내수 부진 속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란 대외 불확실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4분기 시황 현황과 올 1분기 시황 전망을 설문조사해 수치화한 결과 올 1분기 시황 전망 경기실사지수(BSI)가 87로 전분기 93에서 6포인트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2025년 연간 매출 전망지표 역시 91로 2023년 말에 진행한 2024년 전망치 99 대비 8포인트 내렸다.

1분기, 그리고 올해 연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제조기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BSI는 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긍정·부정 응답으로 나누어 0~200 사이에서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부정 응답이 많을수록 낮아지고 긍정 응답이 많을수록 오른다.

제조기업 체감 경기는 올 들어 줄곧 하락 추세였다. 올 2분기 100을 기록한 이후 3분기 97, 4분기 93으로 3개 분기 연속 내렸다. 다른 세부 전망 지표 역시 동반 하락했다. 1분기 매출액 전망 지표는 95에서 88, 국내시장출하 지표는 94에서 88로 각각 내렸다. 수출지표 역시 96에서 91로 하락했다.

조사 시점의 체감 경기를 묻는 시황 현황 지표 역시 지난해 3분기 86에서 4분기 84로 소폭 내렸다. 매출액(87)과 국내시장출하(86), 수출(91)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재고(98)와 설비투자(95), 자금사정 지표(83)가 3포인트씩 내렸다.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부정 응답이 늘었다. 전망지표는 반도체(92→88), 자동차(94→92), 철강(92→74) 등 조사 대상 13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현황지표 역시 무선통신기기(93→98), 조선(91→101), 화학(96→93) 3개 업종을 뺀 10개 업종이 전분기 대비 내렸다.

가장 많은 기업이 현 부정 응답의 이유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절반인 49%(복수응답)가 이를 지목했다. 조사를 진행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정국 혼란이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대외 불확실성 지속(47%)과 고환율 및 생산비 부담 가중(42%)을 꼽은 기업도 절반에 육박했다. 이달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응답 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하고 고금리가 이어지거나(41%),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악영향(24%)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해외 현지 보조금 철폐(5%)에 따른 악영향 우려 응답도 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압력 강화로 우리 제품이 중국산을 대체하리란 반사이익 기대감(13%)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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