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9일 시사대담 프로그램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며 트럼프 정부 출범 등 국제질서 변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책을 제시했다. 그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그동안 경제계 리더로서 고민해 온 ‘현실적인 재도약’ 방법론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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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담은 정재계 리더들의 한국사회 방향과 과제를 진단하기 위한 취지로 약 1시간에 걸쳐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소비, 고용,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며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인공지능(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대미 흑자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4년간 약 600억달러(한화 87조 5700억원)였지만 바이든 정부 4년간 약 1500억달러(한화 219조원)로 크게 늘었다. 최 회장은 트럼프 2기 시대에 통상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세계 무역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일대일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 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라도 (씨름방식으로) 수영에서 경쟁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수영 선수로 탈바꿈하거나 최소한 물속에서 씨름을 하자고 목소리를 내 룰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글로벌 연대 등 韓 대응책 제시
최 회장은 세계경제 질서 변화에 따른 한국의 대응책으로 △글로벌 경제연대 △해외투자, 소프트웨어 △해외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 등을 꼽았다.
최 회장은 “지금 (세계경제) 룰(규칙)을 결정하는 나라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경제블록 정도”라며 “우리 혼자서는 국제질서의 룰을 바꿀 힘이 부족하다. 함께 연대할 파트너와 추구해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문제점을 공유하며 경제 규모를 키우고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키울 파트너로 일본을 꼽았다.
다음으로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엔비디아 안에 대한민국의 포션(투자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투자 다각화를 강조했다.
소프트 파워와 관련해 그는 “통상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상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한식이 요리법, 먹는 방식, 식기류나 부엌의 구조,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훈련 등이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세계화된다면 그 안에서 얻을 부가가치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출생 노령화로 내수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해외 시민을 유입해 단순 관광 정도가 아니라 장기 거주해 국내에서 일도 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구의 약 10%인 500여만명의 해외인력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을 갖춰주면 사회적 비용(소셜 코스트)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 “AI 전쟁 속 ‘선택과 집중’ 필요…국가전략 중요”
최 회장은 AI 패권전쟁에 대한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AI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컨센서스, 즉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며 “AI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가 아니라 그 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와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에너지 조달과 관련해 최 회장은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한국이 AI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식의 그리드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 전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경제정책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냐가 핵심이고, 외부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원을 새롭게 배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경제도 변화에 맞게 자원배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토의와 컨센서스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