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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헐리고 받은 택지, 시세 다 주고 사야 할까[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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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6.07.04 12:30:03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81)
이주민, 공공주택사업으로 집·땅 내줘…SH공사, 감정가격 기준으로 택지 특별공급
대법 "정당한 분양대금, 택지조성원가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 공제한 금액"
초과 지급분, 부당이득으로 반환…특별공급 계약서 대금산정기준 확인해야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신도시 개발 같은 공익사업이 시작되면 그 자리에 살던 사람은 집과 땅을 내주고 떠나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이주민에게 보상으로 새 단지 안의 택지를 특별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의 어느 공공주택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택지의 가격을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격으로 매겼다. 삶의 터전을 내준 사람들이 매수하는 땅값이 일반 분양가와 다르지 않다면, 이를 보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이 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이주자에게 공급하는 택지의 정당한 값은 감정가격이 아니라 “택지조성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공제한 금액”이고, 이를 초과해 받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돌려줘야 한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649 판결).

피고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다. 공사는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지구에 살던 원고를 이주대책대상자로 정하고 이주자택지를 공급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공사는 내부지침에 따라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분양대금을 산정했는데, 이 가격은 택지를 조성하는 데 든 원가보다 높았다. 공급된 택지는 특별공급 한도인 265㎡를 넘는 면적이었다. 원고는 정당한 대금을 넘는 부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은 한도 안 면적은 원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넘는 면적은 감정가격으로 각각 계산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가 상고했다.

쟁점은 토지보상법 제78조다. 이 조항은 공익사업으로 생활의 근거를 잃는 사람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제4항에서 이주정착지에 도로·급수시설·배수시설 같은 생활기본시설을 갖추되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정한다. 도로와 상하수도는 어차피 단지 전체가 쓰는 기반시설인데, 그 비용까지 이주민에게 전가한다면 보상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이 조항을 강행법규, 곧 당사자끼리 합의해도 피해 갈 수 없는 규정으로 본다. 분양대금에 생활기본시설 비용이 포함돼 있으면 그 부분 계약은 무효이고 이주자는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공사의 논리는 대금 산정의 출발점 자체는 자유라는 것이었다. 내부지침이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성원가보다 높은 감정가격으로 값을 매기는 것 자체가, 생활의 근거를 잃은 사람을 보호하려는 토지보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특별공급 대상 면적의 대금이 정당한지는 조성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뺀 금액을 넘는지로 판단한다. 내부지침으로는 이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 다만 공급한도인 265㎡를 넘어 공급받은 부분은 특별공급의 몫이 아니므로 감정가격으로 계산한다.

이번 판결은 대금 산정의 원칙을 세웠다. 종래 판례가 분양대금에서 생활기본시설 비용을 빼라고 한 데서 나아가, 내부지침에 따른 감정가격 산정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감정가격에는 개발로 오른 땅값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 기준을 그대로 두면 사업 때문에 오른 값을 사업 때문에 떠나는 사람에게 청구하는 결과가 된다. 타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기관의 내부지침이 법률이 정한 보상 수준을 낮추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신도시나 공공주택지구에서 택지를 특별공급받은 이주민이라면 분양계약서의 대금 산정 기준을 확인해 볼 만하다.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대금이 매겨졌다면, 사업시행자에게 택지조성원가와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 내역을 요구해 차액 반환을 다툴 여지가 있다. 계약서에 산정 기준이 드러나 있지 않다면 공공기관인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할 수 있다. 대금을 모두 치렀더라도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돈은 청구할 수 있다. 다른 공공기관의 택지 공급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이번 판결이 미칠 범위는 이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집 헐리고 받을 택지라면 시세대로 값을 치를 필요가 없다.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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