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상품 수출 35% 뛰었지만…IP 기여 1%p 미만 "반등 대부분은 K팝 투어발 음반 특수" IP 넘기는 위탁제작은 상품 수출에 부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올해 음반·게임용품 등 K콘텐츠 상품 수출이 35% 가까이 늘었지만,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수출이 여기에 기여한 몫은 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탄소년단(BTS) 등 K팝 그룹의 복귀와 월드투어가 만든 음반 특수가 반등을 이끌었고, 드라마·웹툰 등 원천 IP 수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는 것이다.
BTS 브라질 상파울루 공연의 한 장면(사진=빅히트뮤직)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 ‘K-콘텐츠의 미래, IP가 이끈다’에 따르면 올해 1~9월 콘텐츠 상품 수출은 7억 6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7% 늘었다. 연구원은 한국무역협회 K-stat(관세청 통관 기준)에서 음반, 영상, 인형·완구, 서적, 게임용품 5개 품목을 묶어 집계했다.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7억7000만달러)의 99% 수준에 이미 도달한 것이다.
연구원은 저작권·제작 서비스 수출이 올해 콘텐츠 상품 수출 증가율(34.7%)에 기여한 몫을 1.4%포인트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저작권(IP) 수출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2023년(14.1%포인트)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예람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반등의 대부분은 K팝 글로벌 투어 확대 등에 따른 단기적인 음반 수요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올해 1~9월 콘텐츠 상품 수출의 53.5%는 음반이었다.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관세청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2억 574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BTS가 3월 낸 정규 5집 ‘아리랑’과 블랙핑크가 2월 낸 미니 3집 ‘데드라인’이 수출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IP 수출은 멈췄다. 보고서가 한국은행 지식서비스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책·음악·영상 등 콘텐츠 IP 수출을 나타내는 멀티미디어 저작권 수출 증가율은 2021년 54.6%에서 2024년 2.5%, 2025년 0.5%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사라진 뒤의 일이다. 저작권과 제작 서비스, 음악 공연을 합한 콘텐츠 서비스 수출은 올해 상반기 16억 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 줄어 감소로 돌아섰다.
IP 수출이 중요한 건 후속 상품 수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2010~2025년 8개 권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작권 수출이 10% 늘면 콘텐츠 상품 수출은 1~2년에 걸쳐 약 3.7% 늘었다. 품목별로는 게임용품(4.3%)과 서적(2.4%)에서 효과가 뚜렷했다. 음반·영상은 저작권보다 음악 공연 수출과 함께 움직였다.
올해 K콘텐츠 수출 반등은 대형 아티스트의 컴백 덕분이라는 뜻이다. 드라마·애니메이션·웹툰 같은 원천 IP가 게임·서적·캐릭터 상품으로 뻗어나가는 경로는 약해졌다.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제작사가 IP를 넘기는 구조도 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IP를 넘기는 위탁 제작이 오히려 상품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저작권 수출이 늘지 않은 채 제작 서비스 수출만 10% 늘면 상품 수출은 약 3.7%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작 인력과 자금이 위탁 제작에 쏠리면서 국내 IP를 상품화할 여력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대안으로 △제작비 지원 확대와 세액공제 강화로 IP 보유 유인 제고 △글로벌 OTT와 계약할 때 해외 판권·상품화 권리를 확보하도록 법률 자문을 지원 △IP를 중심으로 제작사·투자사·상품 제조사를 잇는 협업 플랫폼을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원천 IP를 확보하지 않고 용역만 제공하는 제작 서비스 수출은 규모가 커지더라도 후속 사업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