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고위관계자의 이 말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공을 들이는 경제현안간담회의 의미를 함축한다. 이 부총리는 지난 9월 취임 당시부터 예고했던 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정책실장·경제성장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와 관계부처 장·차관을 불러 모아 한 주를 시작하기 전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간담회가 눈길을 끄는 건 운영 방식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 정책, 퇴직연금 제도 개편, 민생물가 관리, 국내생산세액공제 등 부처 간 협업과 조율이 필요한 난제들이 테이블에 오르지만, 간담회는 사진 한 장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회의 후 국민과 언론에 알리는 보도자료는 논의 안건과 참석자들을 짧게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다. 휴일까지 반납해 회의를 열고도 참석자들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고 어디까지 입장을 좁혔는지 알기 어렵다 보니 ‘보여주기식 회의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들과 만나 “재경부나 부총리가 돋보이는 방식으로 홍보하면 당장은 좋겠지만, 이후 다른 부처들의 지속적인 협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요란하게 과정을 포장하기보다 내실 있는 결과로 말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각 부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면 전략적 판단으로 볼 만하다. 회의마다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점도 가볍게 볼 대목은 아니다. 부총리와 관계부처, 청와대가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면 부처별로 따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보다 조율 속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
특히 지금은 재경부가 과거처럼 예산 편성권까지 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산의 힘을 잃은 경제부총리가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은 회의 소집권을 지렛대 삼은 정책 조율”이라며 “이형일 부총리가 현명한 선택을 한 걸로 본다”고 평가했다.
물론 부처마다 정책 목표와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회의 테이블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이견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논의가 합의로 이어지고, 합의가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비로소 조율의 힘이 입증된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이 부총리의 조정 능력도 결과를 통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부총리에게 경제현안간담회는 단순한 소통 창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고 서로 다른 정책적 입장을 조정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험대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퇴직연금 개편, 민생물가 안정, 국내생산세액공제 논의는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져 국민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한다.
재경부는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오는 29일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논의된 안건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이 부총리가 ‘경제정책 조율사’로서의 면모를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하고, 그 성과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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