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칩·OS·AI 기술자립 성공…韓 기업과 경쟁 심화 예고

임유경 기자I 2025.01.24 06:03:46

화웨이 프리미엄폰 재출시…점유율 껑충
AI 스타트업 딥시크, GPT-40 뛰어넘는 V3모델 개발
미국 AI·반도체 수출 제재 뚫거나 우회해 자립 성공
한국 기업에는 기회 줄고 위기 커져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극복하고 반도체, 운영체제(OS),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립에 성공함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ICT 업계에서는 중국의 첨단 기술 자립을 대표하는 사례로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재출시를 꼽는다. 화웨이는 2021년 8월, 미국 제재를 뚫고 3년 만에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작 ‘메이트 60’을 출시하며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메이트 60에 탑재된 자체 칩 ‘기린 9000’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MIC가 7㎚(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도 자체 칩 ‘기린 9100’을 탑재한 신작 메이트 70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완전 복귀를 선언했다. 특히 메이트 70부터는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안드로이드 코드를 모두 제거하고, OS 독립에도 성공했다. 위청둥 화웨이 상무이사는 올해 신년 맞이 서한에서 “5년의 제재를 겪은 후 화웨이의 단말기 사업은 2024년에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극심한 외부적 어려움은 우리를 더 높은 산에 오르게 했다”며 기술 자립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화웨이의 부활은 시장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600달러 이상)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 33%로, 애플(52%)에 이어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쳐 샤오미, 아너에도 밀린 5위에 머물렀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미국 제재 이후, 중국 기업들이 서구 기술에 의존도를 줄이며 자립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에 이어 글로벌 시장 2위를 기록중이다. 중국산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AI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2329억 위안(43조6943억 원)에 달했으며, 2024년에는 3566억 위안(66조9017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 2년 만에 50% 성장한 수치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데이터를 원료로 하는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빠르게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V3’는 코딩과 수학 성능을 평가한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GPT-4’, 메타의 ‘라마-3.1’, 클로드-3.5 소넷 등 기존 최고 수준의 모델을 모두 능가했다. 딥시크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엔비디아 H100 없이, 저사양 반도체 H800 GPU 2000개를 활용해 약 두 달간 훈련시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분야에선 창신메모리(CXMT), 양쯔강메모리 테크놀로지(YMTC), 중국 인터내셔널 반도체(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2010년대부터 확립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 3강 구도’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량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형 제품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은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 분야에서도 강한 민족주의적 애국주의가 발현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내수가 부진한 상황까지 겹쳐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확실한 전략이 없다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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