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나이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전문가들은 “일정 부분 맞지만, 수면 부족을 당연한 노화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수면 시간이 짧아지고 자주 깨는 변화는 나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지만, 낮 동안의 피로, 집중력 저하, 우울감, 기억력 감퇴가 동반된다면 질환 신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수면의학계에서도 같은 경고가 나온다. 하버드 의대 수면의학 분야의 찰스 체이슬러 박사는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수면 변화에 대해 “노화로 인한 생체시계의 위상 변화는 존재하지만,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수면 부족은 정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일조량 감소가 생체리듬을 약화시켜 불면과 주간 졸림을 동시에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겨울철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일조량 감소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빛 자극이 부족해지면서 수면-각성 주기가 흔들리고, 이로 인해 불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햇빛 부족은 도파민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쳐 다리 불편감과 야간 이상 감각을 특징으로 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건조한 환경 역시 변수다. 겨울철 낮은 습도는 코와 상기도 점막을 마르게 해 기도를 좁히고, 코골이나 수면 중 호흡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단순 코골이로 여겼던 증상 뒤에 수면무호흡증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면무호흡증은 야간 산소포화도 저하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고혈압, 심혈관 질환,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노년기 수면 문제는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 원인 평가가 우선”이라며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겨울철에는 실내 활동 증가와 빛 노출 감소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기상 시간 유지, 오전 햇빛 노출, 과도한 낮잠 제한, 저녁 카페인·음주 조절 등을 기본 수칙으로 제시한다.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면다원검사 등 전문 진단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노년기의 건강한 수면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잠이 없어졌다”는 말 속에 숨은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