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군 2명 생포”…붕대 '칭칭' 모습 공개

방성훈 기자I 2025.01.12 11:04:50

북한군 포로 첫 사례여서 주목
"제네바 협약 따라 의료지원·키이우 이송해 심문"
일각선 "신상 공개 부적절…보호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 군인 2명이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 북한군이 포로로 붙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병사가 양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11일(현지시간)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군 포로 2명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의료 지원을 받았으며 심문을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사진·영상에서 1명은 군복을 걸치고 턱을 받치듯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빨대를 통해 컵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1명은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WP는 포로들이 구금된 방은 2단 침대가 두 개 비치된 방으로 깨끗해 보였고 난방 시설도 갖추고 있었으며, 창문은 금속 막대로 막혀 있었다고 짚었다.

SUB도 성명을 내고 북한군 2명이 체포된 시점은 지난 9일이라면서 “제네바 협약에 규정된 대로 필요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며, 국제법 요건을 충족하는 적절한 조건 아래 구금돼 있다”고 부연했다.

SUB는 심문하는 영상도 일부 공개했다. 포로들이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해 한국 국가정보원이 통역을 지원했다.

양손을 다친 북한군은 2005년생으로 2021년 북한군에 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러시아군 신분증을 갖고 있었는데, 러시아 연방 투바 공화국 출신의 다른 사람 이름과 함께 1998년생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 병사는 지난해 말 해당 신분증을 발급 받았으며, 훈련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다른 병사는 1999년생으로 턱을 다쳐 서면으로 심문이 진행됐다. 이 병사는 2016년부터 북한에서 정찰 저격수로 복무했다고 증언했다.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턱 부상이 있는 군인을 치료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양손을 다친 군인의 다리가 골절됐다고 말하는 장면 등도 담겼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병사가 턱 부상으로 말을 하지 못해 필담으로 심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병사를 생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을 생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의 참전 증거를 지우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부상병을 처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병사를 생포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84전술그룹과 공수부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쟁을 치른 북한군 가운데 10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며 “이들 중 일부는 항복보다 자살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흘 뒤인 지난 9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어도 4000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군 포로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제네바 협약에 따른 전쟁포로 처우 규정에 따르면 대중의 호기심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중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로 투입됐다고 처음 보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북한군 약 1만 1000명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WP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들은 대규모 집단으로 이동하거나 무장 드론이 머리 위를 맴돌고 있어도 반응하지 않는 등 거의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로 투입됐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과 달리 동료가 바로 옆에서 죽거나 다쳐도 계속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병사 올레흐는 WP에 “우리 부대는 작년 12월 말에도 심하게 다친 북한군을 붙잡았지만, 심문을 위해 이송하기 전에 4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