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장치·영화 같은 장면… '대형 서사'로 韓 창작뮤지컬 확장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윤정 기자I 2026.03.09 05:00:00

[공연계 연출열전]④왕용범
서구 스타일로 작품 풀어내
''삼총사'' ''잭 더 리퍼'' 등 호평
''프랑켄슈타인''으로 연출 정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형 대형 창작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연출가 왕용범(52)이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빠른 장면 전환, 영화 같은 연출 방식은 그의 작품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역사와 고전을 바탕으로 한 ‘대형 서사’를 무대에 구현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스케일을 확장한 연출가로 평가받는다.

왕용범은 1991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이후 연출과 제작을 오가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의 동선과 장면 구성을 정교하게 짜는 연출가다. 특히 작곡가 겸 음악감독 이성준과의 협업으로 다수의 대형 창작뮤지컬을 탄생시켰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 가운데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은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은 한국 관객이 열광하는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세련된 미장센을 더해 K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왕용범 연출은 한국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면서도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한(韓)’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연출가는 아니다”라며 “대형 창작 뮤지컬을 서구적인 스타일로 잘 풀어내는 연출가”라고 평했다.

연출가 왕용범(사진=김태형 기자).
‘밑바닥에서’부터 ‘프랑켄슈타인’까지

왕용범은 2000년대 후반부터 창작뮤지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사회 밑바닥 인물들의 삶을 그린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연출하며 배우 서지영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결혼해 배우와 연출가로 함께 작업을 이어갔다.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는 뮤지컬 ‘삼총사’(2009)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젊은 청년 달타냥의 모험과 우정을 경쾌한 음악과 역동적인 무대 연출로 풀어냈다. 화려한 검술 액션과 빠른 장면 전환이 결합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여러 차례 재연되며 사랑받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시기 선보인 ‘잭 더 리퍼’(2009) 역시 강렬한 서사와 음악으로 호평을 받았다. 19세기 런던의 미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로,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 서사를 강렬한 음악과 결합해 무대 위에 구현했다. 긴장감 있는 장면 전개와 탄탄한 인물 구성이 돋보였고, 일본 공연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사진=충무아트홀).
왕용범 연출 세계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은 ‘프랑켄슈타인’(2014)이다.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창조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복잡한 서사를 두 인물의 대칭 구조로 재구성하고, 거대한 실험 장치를 통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규현과 박은태가 주연을 맡은 10주년 공연 실황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가 전국 메가박스에서 개봉하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벤허’(2017)는 그의 연출 세계가 한층 확장된 작품이다. 루 월리스의 역사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고대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장대한 서사를 펼쳐 보였다. 특히 8마리 실제 크기의 말과 두 대의 마차로 선보인 역동적인 전차 경주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대규모 군중 장면과 화려한 무대 장치가 어우러지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만들어냈다.

뮤지컬 ‘벤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전차 경주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홍콩 누아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영웅본색’(2019)은 왕용범이 오랜 애정을 가져온 작품을 직접 무대화한 작품이다. 의리와 배신, 남성 간 우정 중심의 서사를 음악과 드라마로 풀어냈다. 1000여 장의 LED 패널로 구현한 영상은 홍콩의 네온 거리와 항구 야경, 총격전이 벌어지는 부두 등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누아르 특유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왕용범은 작품 전체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연출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삼총사’와 ‘영웅본색’ 등에 출연한 배우 유준상은 “큰 그림을 머릿속에 먼저 그려 놓고 작업하는 연출가”라며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되 배우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2024) 등 최근 작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