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원 코트라 중국본부장은 2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베이징, 광저우, 칭다오 등 중화권 7개 코트라 무역관에서 18년간 근무한 중국 전문가인 황 본부장은 중국의 투자유치 전략이 변했다고 지적하며, 기술 보호와 수익 관리 전략을 철저히 준비한 후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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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본부장은 “장밋빛 기대감에 매몰되지 말고 기술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투명한 이윤 배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은 ICT 분야 선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만 가져 오라’며 자금은 지방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서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황 본부장은 “중국 경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투자유치 실적을 성과지표(KPI)로 삼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중국 진출이 유망 분야로는 콘텐츠 산업과 바이오 분야를 꼽았다. 황 관장은 “중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의 임상기술과 의료 생태계는 중국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K-콘텐츠 중에서 애니메이션 IP(지적재산권)와 관련된 상품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한령 때문에 K팝, 영화, 드라마는 쉽지 않지만, IP를 활용한 완구나 게임 등 분야는 중국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또 황 본부장은 “인공지능(AI)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중국은 반도체 기술 축적이 부족하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와 함께 커온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소재·장비기업)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체제 문제와 서방 데이터 접근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브릿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황 본부장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자사의 기술과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술 보호와 투명한 경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신중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