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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이란 "더 강하게 싸운다"…美와 확전 불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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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10 03: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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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봉쇄에 석유수출 타격…경제 압박 갈수록 커져
이란 지도부 "전쟁은 체제 존립 위협"…장기전 태세
"비례적 대응 끝"…美공격 2~3곳에 20곳 보복 경고
호르무즈 통제력 되찾기 노려…전면전 재점화 우려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의 해상 봉쇄와 유조선 공격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이 오히려 대미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지도부가 이번 전쟁을 체제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인식하면서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기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혀 공격 의지를 꺾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응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라크 영해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유조선 ‘뉴 안드로스(New Andros)’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라크 항만 당국자들은 해당 유조선이 드론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9일(현지시간) 이라크 영해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유조선 ‘뉴 안드로스(New Andros)’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라크 항만 당국자들은 해당 유조선이 드론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영토·인프라 공격이 계속될 경우 더 강도 높은 전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보복 공격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 유조선 공격에도 테헤란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의 전쟁을 체제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계속 싸우는 것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지난 4월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시기 이후 군사력을 재건해왔으며 장기전을 치를 수 있을 만큼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란 지도부의 공개 발언에서도 이 같은 전략 변화가 드러난다. 모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번 주 미군 함정과 기지를 상대하는 군사 태세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과의 휴전 협상에서 이란 측 수석 협상대표를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비례적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보복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이란 목표물 2~3곳을 공격하면 이란은 20곳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파키스탄과 가까운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해상 제한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공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군은 전날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후 미 선박 2척과 유조선 8척 등 10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요르단의 미군 사용 기지를 향해서도 탄도미사일 20발을 발사했다. 요르단 당국은 이 가운데 18발을 요격했으며 나머지 2발은 인적이 없는 지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군이 오만만에서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는 장면이라고 밝힌 영상.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AFP)
미군이 오만만에서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는 장면이라고 밝힌 영상.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AFP)
이란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릴수록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압박에 밀릴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호위를 받는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의 해협 통제력도 도전받고 있다.

파르잔 사벳 제네바대학원 이란 전문가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의 전략에 대해 “어떻게 주도권을 되찾느냐. 확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전면전으로 복귀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을 강화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사실상 봉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봉쇄는 이란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유 수출과 필수품 수입이 크게 제한되면서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거의 90%까지 치솟았고 리알화 가치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제난을 배경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 일각에서는 바로 이 때문에 물러서기보다 미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더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다. 디나 에스판디아리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연구원은 이란 지도부 다수가 “트럼프 행정부는 위협과 확전에만 반응한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격화에 더욱 민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이란 내부에서 확전과 현 수준의 저항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복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미국에 더 큰 비용을 부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NYT도 이란 지도부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을 압박 수위를 높일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인기 없는 전쟁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다(We will kill Trump)’라는 영어와 페르시아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다(We will kill Trump)’라는 영어와 페르시아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다만 이란 내부에서도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상황은 아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당국자들은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 역시 미국이 먼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기존 휴전 합의 조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 정치권이 확전과 현 수준의 저항을 놓고 논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양측의 보복 원칙이 맞물리면서 확전의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자국 군함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이란 유조선을 파괴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공격할 경우 몇 배 규모로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실제로 최근 양측의 공격으로 한 달가량 이어졌던 상대적 소강상태는 깨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압박을 높일수록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커진다. 경제 봉쇄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미국과 확전을 통해 미국의 압박 비용을 높이려는 이란의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전쟁이 다시 격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메이슨의 비행갑판에 미 해군 장병이 서 있다. (사진=AFP)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메이슨의 비행갑판에 미 해군 장병이 서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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