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파빌리온 ''널''
‘존재의 증명’ 구현한 인터랙티브 ''빛의 방''
내면 감각과 존재 인식을 유도해
현대미술 작가, HCI 전문가 등이 협업
[유메시마(오사카)=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기술과 정보, 자극과 콘텐츠로 넘쳐나는 시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중심부에 위치한 시그니처 파빌리온 ‘널(NULL10)’은 그 모든 흐름에 ‘정지’를 선언한다. 파빌리온의 이름처럼 이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 다시 말해 ‘무(無)’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실험적 장소다.
 |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그니처파빌리온인 null(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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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의 외형은 단순하지만 이질적이다. 투명한 외부와 달리 내부는 반투명 구조로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한다. 관람객은 이곳에 들어서면서부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놓인다. 시각적 자극이 철저히 배제된 이 경계에서 널은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혹은 “나는 과연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가?”다.
완전히 암전된 복도를 지나면 관람객은 아무런 소리도 영상도 없는 암흑 공간을 통과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빛의 방(Light Room). 이곳은 천장과 벽, 바닥 전면에 고해상도 LED 패널을 설치했다. 정적인 미디어아트가 아닌 관람객의 신체 반응과 움직임에 따라 빛이 생성되는 인터랙티브 구조다. 관람객의 체온이나 심박, 미세한 손짓까지 센서가 인지해 낸다. 관람객의 존재 자체가 바로 ‘빛’인 셈이다. 그러면서 널은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빛이 존재합니다.”
이 공간은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과 감각지각 연구팀, 그리고 인간과 기계 상호작용(HCI)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해 완상한 작품이다. 단순한 전시 공간이라기보다 철학적 공간이자 감각의 실험실인 셈이다. 널 파빌리온 관계자는 “빛의 방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과 같은 공간”이라며 “기술을 통해 ‘본래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전시관 중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하나인 null(널) 파빌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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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말하는 ‘미래의 삶’은 단지 기술 혁신의 속도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널은 그 메시지를 정면으로 구현한 파빌리온이다.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본질을 잊지 않는 출발점이 필요하다”며 “널은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화려한 전시장이 아닌 가장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되는 존재의 물음. 널은 엑스포의 본질적 질문을 가장 깊이 묻는 파빌리온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하나인 null(널) 파빌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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