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일(Creative)’을 하는 사람들이 ‘사업(Business)’을 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지난달 21일 개관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6일 간 열린 서울 패션위크도 한 예다.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기성 디자이너들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신진 디자이너들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서울 패션위크는 우리나라의 패션 산업의 한 축이자 동력인 셈이다.
반면 ‘포스트-패션위크’는 결코 만만치 않다. 컬렉션을 내놓은 후 바이어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더라도 상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해온다. 결과물만으로 승부해온 디자이너들에게 사업의 일련 과정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루키(Rookie)’들이 실로 ‘혼자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이 자본력 기반의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되어 왔기 때문일까. 여성복·남성복·스포츠·핸드백·구두에 이르기까지 과거 급성장기에 몇몇 기업에게 편중되어온 과점 형태가 증거이기도 하다. 1세대 디자이너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신진 디자이너들이 지원 받을 기회가 적은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함께 일하는 후배 L은 새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연예기획사가 뮤지션과 배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처럼 패션사업에도 매니지먼트 개념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미국·유럽·일본에서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상품 개발과 디자인에 집중하고,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파트너 기업들이 사업을 키워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T는 무명의 패션 디자이너를 유럽과 중국에 진출시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이후로 T는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 중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패션 디자이너와 협력할 전문기업들의 필요를 주장했왔는데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발전적으로 만들어낸 후배를 통해 해외 패션산업의 구조와 사례에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를 느낀다.
드라마로 시작되어 음악과 음식 문화로 성장한 ‘한류’가 이제는 패션으로까지 확대됐다. 중국 전역을 뒤흔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이 입은 옷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려는 중국인들로 인해 온라인 구매 방식까지 바뀔 만큼 ‘K-패션’은 계속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류 중심의 테투리에서 ‘매니지먼트’ 능력이 강한 기업들의 역할이 컸음을 안다. 패션산업도 다르지 않다. 지루한 상품이 아닌 생기 넘치는 새로운 패션을 선보일 디자이너들을 ‘매니지먼트’할 능력있는 기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역할과 책임이 분명한 패션 매니지먼트 기업, 디자이너를 소속시켜 함께 성장할 매니지먼트 기업이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