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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삼전닉스 ETF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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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기자I 2026.08.04 0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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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기고
변동 반복할수록 손실 보는데
고위험 경고, 안전장치 미흡
상한 명시, 별도 경고 의무화
과열 경보 시스템 도입 시급

서지용 교수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13조원, 단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개인투자자 자금이다. 이미 6조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는 추산도 나온다. 지수를 추종한다던 ETF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변동성의 뇌관으로 작동한 현실은 한국 자본시장의 민낯을 드러낸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탄식이 과장은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말 그대로 특정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한 상장지수펀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의 일간 등락을 두 배로 증폭해 주는 상품이란 설명이 상승장을 기대하던 개인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혹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레버리지 ETF의 핵심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목표 배수만큼 매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오늘 기초 주가가 10% 오르면 그날 레버리지 ETF는 20% 상승을, 내일 기초 주가가 10% 떨어지면 그날은 20% 하락을 각각 당일 반영하도록 운용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첫날 기초 주가가 100에서 10% 올라 110이 된다. 이때 2배 레버리지 ETF는 100에서 20% 올라 120이 된다. 둘째 날 기초 주가가 10% 하락해 110에서 99가 되면(처음 100 대비 약 1% 손실), 레버리지 ETF는 둘째 날에도 그날 하루 -20%를 반영해 120에서 96이 된다. 결과적으로 기초 주가는 100 → 99로 거의 제자리에 왔지만 레버리지 ETF는 100 → 96으로 손실 폭이 훨씬 커진다.

주가의 등락 시 레버리지 ETF는 손실이 더 누적된다. 변동이 반복되는 동안 손실이 조금씩 쌓여 가는 현상을 쉽게 ‘음의 복리’라고 부를 수 있고 레버리지 ETF를 오래 들고 있을수록 기초 주식보다 불리한 결과가 나오기 쉬운 상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나중에 반등하더라도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의 손실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음의 복리’의 특성상 같은 수준으로 주가가 되돌아와도 ETF는 기초자산보다 훨씬 뒤처진 가격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어느새 한국 ETF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정 고위험 상품이 ETF 시장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가 급락한 날에는 이들 상품이 동반 폭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의 증폭기로 작동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지 ‘개인의 무리한 투기’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품 설계, 판매 관행, 규제 체계가 동시에 실패한 결과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일일 리밸런싱이라는 세 가지 위험 요소가 겹친 상품은 사실상 고급 파생상품에 준하는 복잡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상품명에는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표현만 담겼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동시에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이라는 경고가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레버리지 배수 제한, 판매 대상 투자자의 적합성 테스트, 정보제공 의무 등 각종 안전장치를 부착했다. 유럽도 레버리지 ETF를 소수의 전문 투자자를 위한 복잡 상품으로 분류하고 펀드 설명서에 ‘리스크’를 굵은 글씨로 명시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장 전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조차 의문이다. 출시 직후 특정 상품에 수조원이 몰리고 거래대금이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과열 신호가 분명히 나타났지만 감독당국과 거래소, 발행사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데 그쳤다.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상품과 혁신을 완전히 막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ETF 산업의 발전, 투자 선택권의 확대는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브레이크 없는 혁신이다. 선진국은 고위험 상품을 허용하더라도 동시에 강력한 안전장치를 장착한다. 한국은 새로운 상품을 빠르게 도입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투자자 보호 체계를 설계하는 데는 유난히 느리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첫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선 레버리지 배수와 총위험에 대한 상한선을 명시하고 특정 기준을 넘는 상품은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둘째, 고위험 ETF에 대해서는 판매 채널에서 별도의 경고창을 의무화하고 ‘음의 복리’와 장기 보유 위험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특정 ETF가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과도한 비중을 차지할 경우 자동 경보와 추가 공시를 요구하는 ‘과열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의 재배분이다. 발행사는 더 이상 ‘투자자 수요에 따른 상품 공급’을 방패로 삼아선 안 된다. 거래소는 단순한 상장 플랫폼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안전을 책임지는 운영자로서 역할을 자각해야 한다. 감독당국 역시 사후적 경고와 조사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유형의 고위험 상품 도입 시 시험적·단계적 허용이라는 원칙을 새삼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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