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KOK코인(KOK토큰) 다단계 사기 사건 공판에 출석한 한 증인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김모 씨 등 주요 피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 5시간 가량 진행된 공판에서 이같은 진술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
KOK사건은 검찰 추산 국내외 총 57만707명, 총 2조5759억원 피해를 끼친 다단계 사기 사건이다. 일당은 2019년부터 KOK코인을 발행하고 예치금 리워드(보상)와 다단계 마케팅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원금 손실이 없으며 많게는 억대 월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2021~2022년 들어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이 어려워지자 서비스를 종료하고 투자금을 빼돌렸다. KOK코인 시세는 한때 7달러에서 0.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예치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주요 피고인들은 불구속 상태로 울산지법 1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57만명 넘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2조5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사건. 그럼에도 일당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지난 주 크립토 X파일 1호 탐사보도로 KOK코인 사건을 다루면서 뇌리에 남은 세가지 숫자가 있다. ‘1740억원’, ‘1.9일’, ‘13명 대 0명’. 이 숫자들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1740억원…피해자들 출금 막힌 때 빼돌린 자금
|
투자자들이 스테이킹 등을 통해 예치했던 투자금조차 돌려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동안, 일당들은 집중적으로 자금을 빼돌리고 은닉에 나섰다. 이번 추적에서 드러난 1740억원은 검찰이 추산한 전체 피해액 2조5000억원이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그렇다면 일당들은 어떻게 174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자금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핵심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였다. 일부 국내 거래소도 이용했지만, 추적 과정에서 확인된 주된 자금세탁 통로는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 쿠코인(KuCoin)·후오비(Huobi·현 HTX)였다.
일당은 이미 4년여 전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피해자 자금을 빼돌렸다. KOK 재단은 2019년 세이셸공화국에서 설립됐고, 이후 KOK 사업 운영권을 인수한 미디움 역시 홍콩 법인으로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1.9일…범죄 보도 직후 순식간에 자금 은닉
코어시큐리티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분석 결과, 가상자산 관련 범죄 보도 이후 평균 1.9일 만에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범죄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테더(USDT)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바이낸스로 빠져나가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기간 테더 거래량 증가율은 최대 88%에 달했다. 가상자산 범죄 의혹이 알려진 뒤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자금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분석 결과는 일반적인 가상자산 범죄 보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지만, KOK코인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범죄 자금의 신속한 이동을 막기 위한 초동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어서다.
|
13명 대 0명…KOK측 변호인 Vs 피해자측 변호인
13명 대 0명은 KOK코인 사건 일당들의 변호인 숫자와 피해자측 변호인 숫자다. KOK코인 사건 주요 피고인들은 중대범죄수사청 초대 청장 4명의 후보 명단에 올랐던 변호사를 비롯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착수금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7일 법정 증인신문에서는 “피고인들은 13명 이상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데 피해자 측은 변호인 한 명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앞두고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액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법률 대응 역량에는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또 다른 걱정은 KOK코인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몇년 전만 해도 KOK사건은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증인 채택과 진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잠잠한 상황이다.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며 금융당국의 감시망과 수사당국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한 나쁜 선례인데다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있다. 해결된 게 거의 없는데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나면서 “이대로 묻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3만여명 속인 폰지 사기에 종신형 선고한 美
|
이 사건은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과 함께 ‘FBI의 역대 주요 사건’ 중 하나로 FBI에 나란히 전시돼 있다. 방문객들은 메이도프의 사진과 함께 범죄 내용, 피해 규모, 사기 방식 등의 내용을 소상히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기 사건을 얼마나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한국은 냄비다.” 이 말은 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여론이 불같이 끓다가도 몇년만 지나면 언론 보도도, 사회적 관심도 급격히 시들해진다는 것이다. 7일 법정에서 “모래알 같은 피해자들”이란 말까지 나온 것도 이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몇년 뒤 간판을 바꾸고, 새로운 IT 기술인 것처럼 포장하고, 유력 인사를 동원해 사업을 홍보하고, 고수익을 약속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몰릴 것이란 생각에 사기꾼들은 지금도 웃는다.
코인으로 사기치면 패가망신한다
베트남 피해자 리타 씨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57만명(검찰 추산)에 달하는 사람들이 왜 KOK코인 사건의 피해자가 됐나’는 질문에 “한국의 브랜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KOK사건을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악용한 조직적·초국가적 금융사기”라고 규정하면서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유형의 경제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코인으로 사기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현실이 되지 않는 한 KOK코인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 있다. 오히려 KOK코인 사건 수법을 참조해 더 교묘한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코인 시세가 오르는 때일수록 이같은 유혹이 많아질 수 있다.
이같은 사기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들의 재산을 뺏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까지 발목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외에 ‘한국인들 믿다가 발등 찍힌다’며 한국 브랜드 가치와 신뢰를 훼손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KOK코인 사건 형사 1심 결과가 중요하다. 사건 발생 후 수년이 흘렀지만 △피해자 예치금에 대한 철저한 추적 △재판부와 수사기관의 신속한 실체 규명과 책임자 엄정 처벌 △해외 도피 적색수배자들의 신속한 국내 송환 과제는 남아 있다. 국감 전후로 진행될 진행될 울산지법 공판 기일(10월12일 오후 2시, 11월16일 오후 2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크립토 X파일 1호 탐사보도-KOK코인 사건]①~⑦
<[단독]피해자 돈 묶였는데 1200억 빼돌렸다…KOK코인 최초 추적>
<[단독]KOK 주동자 지갑 보니…中거래소 거쳐 500억대 현금화>
<‘피해액만 2조5000억 추산’ KOK코인 사건 뭐길래>
<범죄 보도 뜨자마자 테더 해외 이동 88% 급증…“초동수사 중요”>
<“KOK코인, 한국 브랜드 악용한 초국가적 사기”>
<잡아도 못 잡는다…국경 넘는 코인범죄, 수사는 ‘첩첩산중’>
<제2 KOK 사태 막으려면…황석진 “온체인 분석, 필수 수사기법”>
|



![“한국은 냄비”…KOK 사기꾼은 웃는다[최훈길의 뒷담화]](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400029.jpg)
![[단독]70억달러 알래스카 LNG, 대미투자 ‘조건부 편입'…프로젝트 인수 저울질](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400021t.jpg)
![[단독]빌라 허물고 아파트 올렸더니 '살 집' 줄었다…해결책은 용적률](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400085t.jpg)
![[단독]구룡마을 입구 망루 설치는 불법…주민들 계속 버티는 이유](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400049t.jpg)
![민주당의 김생용사 vs 한동훈의 결정적 한 방 [오늘의 여의도]](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400076t.jpg)
![[단독]농심 3세 신상열, 문유석 전 판사 딸과 화촉…재계 하객 발길](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300705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