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의 소득수준은 높아지는데도 국가유공자들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다. 유공자로 인정받기가 까다로운 데다 설사 인정받더라도 최저 수준의 생계유지조차 곤란한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1년 복지예산이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고 각종 복지인프라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최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보상과 복지 지원이 미흡하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의 수는 현재 85만여명으로 매년 2만명가량 줄고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유공자들 가운데 사망자가 늘고 있는 데다 2012년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으로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새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참전유공자는 대부분 70~90대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들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월 15만원, 지자체가 평균 3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다. 참전유공자의 유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이 거의 가난의 굴레를 벗지나지 못하는 것이다. 독립운동이나 6·25전쟁 등에 참여한 사람들은 두 번의 희생을 겪는다. 본인이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을 당했거나, 투옥되는 등의 1차 희생에 이어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함에 따라 후손들에게 가난이 대물림되는 2차 희생도 따른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중 월평균 총소득이 100만원도 안 되는 가구가 40%에 육박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와 이웃을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희생하기를 마다지 않았던 분들이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를 보전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 희생이 크든 작든 단 한명이라도 무관심과 가난 속에 방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가 그들을 돌보지 않으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떻게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