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계엄과 탄핵 등 정치 불안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1.6∼1.9%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작년과 유사한 3.2% 성장이 전망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 이전 2% 내외 성장 전망이 많았으나 이후 정치 불안에 따른 자본유출과 투자감소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1.6~1.9%로 하향 조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당초 1350원 전후의 안정화를 전망했으나 현재 1450원대 이상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위기의 재연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생률 저하와 생산인구 감소, 기업 불신과 규제 강화 등으로 우리 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에 미치지 못하는 1% 전망도 문제지만 잠재성장률 자체가 2% 내외로 정체되는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가 근본 문제였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과잉생산 등으로 대외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에 대해선 6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할 경우 우리의 대미 수출은 8.7% 감소할 전망이다. 보편관세로 인해 직접 대미 수출이 10.1% 감소하지만 중국산 고율 관세 부과의 반사이익으로 일부 제품 수출이 14% 증가하는 데 기인한다. 미국의 대중국 60%의 고율 관세는 우리의 대중 수출을 2.5% 감소시킬 전망이다. 단기간 상황 반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구조화될 우려가 있다.
한편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해 2024년 중국의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이로 인해 철강(-17.7%), 비료(-12.8%), 화학제품(-12.6%) 등 중국의 수출단가도 크게 하락했다. 중국만큼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우리로선 심각한 문제다.
세계 각국은 경제와 무역 문제 해결에 정치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 이슈는 제조업 부활이나 대중국 무역 역조 해결이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례없는 민주화를 이룩해 놓고도 여전히 민주화, 적폐 척결 혹은 개인 비리 발굴 등이 이슈다.
해방 후 지난 80년간 우리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는 달리 정말로 잘해왔다.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성공은 어렵지만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1980∼1989년 10년 간 3억%대 물가상승률을 보인 아르헨티나 등 남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정치가 경제 발전과 번영을 후퇴시키는 주체가 돼선 곤란하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에 활력을 줘야 한다. 어렵게 이룬 우리의 성공을 지키기 위한 지혜와 결단 그리고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