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치가 기업에 활력 줘야

최은영 기자I 2025.01.14 05:00:00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우리 내부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우리 경제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제주체들은 미래가 두렵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선 분열과 갈등 그리고 탄핵이라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역대 대통령의 행동에도 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근본적으론 제도의 단점과 일부 후진적 정치 문화로 인해 나타난 병리현상으로 보인다.

5년 단임 대통령제로 인해 당선 후 2∼3년이면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 4년 임기 국회의원의 경우 1개 선거구당 1인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로 인한 극단적 여야 간 대립과 갈등, 한번 의결로 쉽게 의사 결정되는 단원제 국회의 조급성과 경박함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우리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증폭시켜 왔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섬·제로 게임’식 제도로 인해 정치가 갈등을 조장한 것이다. 게다가 실적이나 정책과는 무관하게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일부 후진적 정치문화가 가세하면서 우리는 퇴행적 정치 상황에 주기적으로 직면해 왔다. 결과적으로 정치가 사회와 경제 발전을 후퇴하도록 부추기는 양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계엄과 탄핵 등 정치 불안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1.6∼1.9%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작년과 유사한 3.2% 성장이 전망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 이전 2% 내외 성장 전망이 많았으나 이후 정치 불안에 따른 자본유출과 투자감소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1.6~1.9%로 하향 조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당초 1350원 전후의 안정화를 전망했으나 현재 1450원대 이상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위기의 재연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생률 저하와 생산인구 감소, 기업 불신과 규제 강화 등으로 우리 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에 미치지 못하는 1% 전망도 문제지만 잠재성장률 자체가 2% 내외로 정체되는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가 근본 문제였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과잉생산 등으로 대외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에 대해선 6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할 경우 우리의 대미 수출은 8.7% 감소할 전망이다. 보편관세로 인해 직접 대미 수출이 10.1% 감소하지만 중국산 고율 관세 부과의 반사이익으로 일부 제품 수출이 14% 증가하는 데 기인한다. 미국의 대중국 60%의 고율 관세는 우리의 대중 수출을 2.5% 감소시킬 전망이다. 단기간 상황 반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구조화될 우려가 있다.

한편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해 2024년 중국의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이로 인해 철강(-17.7%), 비료(-12.8%), 화학제품(-12.6%) 등 중국의 수출단가도 크게 하락했다. 중국만큼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우리로선 심각한 문제다.

세계 각국은 경제와 무역 문제 해결에 정치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 이슈는 제조업 부활이나 대중국 무역 역조 해결이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례없는 민주화를 이룩해 놓고도 여전히 민주화, 적폐 척결 혹은 개인 비리 발굴 등이 이슈다.

해방 후 지난 80년간 우리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는 달리 정말로 잘해왔다.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성공은 어렵지만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1980∼1989년 10년 간 3억%대 물가상승률을 보인 아르헨티나 등 남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정치가 경제 발전과 번영을 후퇴시키는 주체가 돼선 곤란하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에 활력을 줘야 한다. 어렵게 이룬 우리의 성공을 지키기 위한 지혜와 결단 그리고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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