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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13.02%(9만 4000원) 내린 62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만 시가총액 32조 9096억원에서 28조 6250억원으로 4조 2846억원어치 증발했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직접 설비 투자와 지분 투자 등을 통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5년 연결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결정했고 예정 발행가는 60만 5000원, 발행주식수는 595만 500주로 증자 비율은 13.05% 수준이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자본조달 방식과 시기를 놓고 의문을 표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탑티어가 되기 위해서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거점 확충이 필요한 한화 그룹의 미래 청사진은 머리로는 이해된다”며 “다만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넘어야 할 산은 매출 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주잔고 성장률인데 이를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합병(M&A)으로 장기 성장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투자자로 하여금 우려를 낳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구나 지난 13일 한화오션 지분 매입으로 1조 3000억원, 호주 오스탈 인수 자금과 기존 계획된 자본적지출(Capex) 4000억원, 스마트팩토리 투자 3000억원 등을 더하면 이미 계획된 지출만으로도 상당한 현금이 소진되는 상황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회사측은 조달한 자금이 단시일 내에 모두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3~4년에 걸쳐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고 연간 필요자금은 최대 1조~2조원 수준”이라며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 지상방산과 항공우주 부문에서만 연간 2조원 이상, 향후 3년간 6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규모”라고 진단했다.
◇ 외통수 맞은 주주들…“기다려야”
특히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아쉬울 대목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고 납득 가능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라며 “회사가 제시한 투자계획은 2030년까지이며 5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유입될 현금에 더해 회사채 발행도 적정 규모로 병행했다면 유증 규모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방산주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더구나 회사채 발행은 부채비율이 늘어나고 이자비용도 나간다. 회사채보다는 유증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주이익보다는 회사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유상증자 진화를 위한 자사주 매입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당시 특별히 자사주 매입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향후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약 30억원)와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약 9억원)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약 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주 또는 유상증자 참여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권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의 국방투자 증가 등을 기대하거나 한화의 미국 특수선 사업 진출에 빠른 투자를 격하게 찬성하는 투자자라면 4월 22일까지 매수해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장기투자 전략이 맞을 것”이라며 “또 자본조달 방식에 의문과 실망감을 느끼거나 리스크에 민감한 주주라면 멀티플(적정 주가수익비율 20배)보다 낮춰보고 기다리는 전략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