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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두절시 300만원" 커플 각서 효력 있을까?[별별법]

성주원 기자I 2025.03.25 06:00:00

■다양한 주제의 법조계 이야기
형식보다 내용…反사회질서 계약은 인정안돼
''확고한 의사표시''와 ''사회적 가치판단''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연인 간에 ‘커플 각서’를 작성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커플 각서의 대표적인 예로는 “술자리에서 연락이 두절될 경우 1회당 300만원 지급”, “헤어짐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 3억원 배상”, “상대방의 휴대전화 정보를 불시에 동의 없이 점검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에서 이같은 각서들이 실제로 법적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신민영 변호사는 “각서의 법적 효력은 제목이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껌종이나 휴지에 썼더라도 두 사람이 확고하게 약속에 구속될 의사가 표현됐다면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 첫번째 관문은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와 같은 모호한 표현은 확정적인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표현은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고한 의사표시만으로 법적 효력이 완전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 변호사는 “두 번째 관문은 그 약속이 우리 사회가 나서서, 또는 법원이 나서서 수호해 줄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법 제103조는 반사회적 질서에 해당하는 계약의 법적 효력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장기 매매 계약, 첩 계약, 도박 빚 등 반사회적 질서에 위배되는 계약은 아무리 확고한 약속이라도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앞서 예시로 든 커플 각서 3가지 모두 법적으로 무효라고 신 변호사는 단언했다. “연락 두절 시 300만원 지급”은 통신의 자유를, “헤어짐 원인 제공 시 3억원 배상”은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휴대전화 정보 점검”은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

실제 판례로는 “연인이 5년 안에 결혼하지 않을 경우 수억원을 지급한다”는 각서를 법원이 무효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 이는 혼인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판단됐다.

만약 이러한 각서를 강압적으로 쓰게 했다면 각서를 받은 사람이 형법상 강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의무 없는 행동을 강제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부부 간, 부모 자식 간의 각서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협의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 분할 각서나 부모님 생전에 자녀들끼리 상속재산을 나누기로 한 약속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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