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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의 집결→구본무의 융합→구광모의 연결…사옥에 새긴 혁신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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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기자I 2026.10.27 0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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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 LG트윈타워
미국의 세계적 건축 설계사 SOM이 맡아
'인화'담은 트윈타워…아이들에게도 문 열다
구본무 직접 챙긴 마곡…기술인재 모은 R&D 거점
구광모의 '연결'…계열사 기술 묶어 AI 시장으로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을 회사의 미래 진로로 삼는 회장님(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철학이 새로운 본사의 건축에 표현돼 있다.”

LG트윈타워의 설계를 맡은 미국 건축설계회사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이 구자경 당시 럭키금성그룹 회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서울의 맨해튼’을 꿈꾸며 개발된 서울 여의도에 1987년 들어선 트윈타워는 화학과 전자로 몸집을 키운 LG가 세계 시장을 향해 세운 새 경영 거점이었다.

여의도에 경영 조직을 모았던 LG는 구본무 회장 시대 또 다른 개발지인 마곡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세웠다. 새롭게 개발되는 지역에 다음 도약을 준비할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닮은 선택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렇게 모은 기술과 사람들이 더 많이 만나고 교류하도록 트윈타워 안의 연결성을 확 높였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재계사옥열전 기획 시리즈용, LG 트윈타워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재계사옥열전 기획 시리즈용, LG 트윈타워
여의도 모인 LG…고도제한이 만든 ‘쌍둥이 타워’

1947년 부산에서 창업한 LG는 화학·전자사업이 커지면서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1969년 종로 대왕빌딩을 거쳐 1971년 서울역 앞 삼주빌딩(현 메트로타워)에 입주했다. 옛 대우빌딩인 서울스퀘어 뒤편에 자리한 건물이다. LG는 1975년 이 건물을 매입해 자체 사옥을 마련했지만 늘어나는 계열사와 인력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했다. 한 전직 LG 임원은 “늘어나는 사업과 인력을 수용할 새로운 사옥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처음 구상한 건물은 쌍둥이가 아니었다. LG는 당초 1978년 박춘명 건축설계사무소에 의뢰해 52층 단일 타워를 검토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으로 인해 여의도에 적용된 고도 제한에 막혀 계획을 바꿨다. LG는 높이를 올리는 대신 두 동으로 나눠 필요한 사무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을 썼다.

설계는 당시 세계 최고층이던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타워(현 윌리스타워)와 국내 63빌딩 등을 설계한 미국의 세계적 건축설계회사 SOM이 맡았다. 시공은 럭키개발(현 GS건설)이 담당했다. 공사에는 땅속에 콘크리트 흙막이벽을 세우는 슬러리월 공법과 암반까지 굴착해 타워를 지탱할 기초를 만드는 바레트 공법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됐다. SOM은 트윈타워 완공 후 LG에 보낸 서신에서 바레트 기초 공법을 ‘한국과 미국 모두에 새로운 혁신적 공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여의도였을까. 여의도는 본래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샛강이 흐르던, 조선 시대부터 ‘모래섬’으로 불리던 허허벌판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북 도심에 철저히 가려진 곳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여의도 육성을 기치로 내걸면서 신흥 업무 지구로 조금씩 부상했고, LG는 1980년대 트윈타워를 통해 ‘서울의 맨해튼’ 시대를 처음 열었다. 복수의 전 LG 인사들은 “당시만 해도 종로, 명동, 을지로 등 전통 도심 구역에 기업 사옥들이 몰려있었다”며 “인프라가 성숙하지 않았던 여의도에 대규모 본사를 짓는 것은 파격적이었다”고 했다.

LG가 당시 해외 설계·기술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국내산 자재를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타워를 잇는 아트리움 유리 외벽에는 한국유리공업과 효성알루미늄 제품을 썼다. 정윤천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유리 공간 자체는 우리 기술로 한 것”이라고 했다.

1987년 여의도 트윈타워 준공식 모습(사진 = LG 제공)
1987년 여의도 트윈타워 준공식 모습(사진 = LG 제공)
‘인화’ 담은 트윈타워…아이들에게도 문 열다

구자경 회장은 쌍둥이 형상을 한 트윈타워를 ‘인화단결의 표상’이라고 불렀다. 이 정신은 1990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함께 정립한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이어졌다.

새 사옥에 과학 인재들을 위한 공간을 무료 개방한 것도 과감한 결정으로 손꼽힌다. 당시 서관 3층 전체에 들어선 연암사이언스홀(추후 LG사이언스홀로 이름 변경)은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직접 작동하며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국내 최초의 민간 과학관이었다. 구자경 회장은 과학관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근본이고 미래의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과학관에 와서 절대 돈을 쓰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고, LG는 이를 무료로 운영했다.

현재 LG사이언스홀의 명맥은 2022년 서울 마곡에 문을 연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이 잇고 있다. 청소년들이 로봇과 자율주행 등 AI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모습(사진 = LG제공)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모습(사진 = LG제공)
구본무 직접 챙긴 마곡…기술인재 모은 R&D 거점

트윈타워가 LG의 경영 조직을 모았다면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서로 다른 기술을 결합한 융복합 연구 거점이다. 3대 구본무 회장이 직접 챙긴 사업이다. 약 4조원을 투자해 2014년 착공했고 2018년 4월 문을 열었다. 구 회장은 지하철역에서 오가는 길과 연구동 층간 계단까지 직접 살피며 직원들의 이동 편의를 챙겼다. 연구동은 공중다리와 지하 통로로 연결해 다양한 분야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6개 동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협력사와 스타트업 등을 포함해 약 2만5000명이 근무한다. 공동실험센터에서 첨단 장비를 함께 쓰고 통합지원센터에서는 계열사를 넘는 융복합 연구를 지원한다.

구본무 회장은 첫 뇌수술을 받은 뒤인 2017년 9월 5일 건설 중인 사이언스파크 연구실과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그는 “R&D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날 방문은 LG가 공개한 그의 마지막 공식 외부 일정이었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가 문을 연 지 한 달 뒤인 2018년 5월 20일 별세했다. LG 한 전직 고위 임원은 “개장 행사 때는 아마 생사를 오가시던 시기여서 보고를 받지 못하셨을 것 같다”며 “개장 소식을 들었다면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사이언스파크가 문을 연 후 LG의 연구개발 자산도 축적되고 있다. LG전자의 등록특허는 2018년 8만2070건에서 개장 이후인 2025년 9만9291건으로 늘었고, LG에너지솔루션도 2020년 1만9774건에서 2025년 3만8698건으로 증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구광모의 ‘연결’…계열사 기술 묶어 AI 시장으로

2018년 취임한 4대 구광모 회장도 선대가 마련한 마곡의 R&D 기반을 미래 사업으로 잇고 있다. 같은 해 9월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사이언스파크를 택하며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저 또한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챙길 것”이라고 했다.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도 지난해 5월 사이언스파크 인근 마곡 디앤오(D&O) 사옥으로 본사를 옮겼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진 트윈타워 변화의 방점은 ‘연결’에 찍혔다. 2024년 공용부를 재단장하면서 동관과 서관은 2층 브리지로 잇고 각 건물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연결하는 계단을 새로 냈다. 회의·휴게공간도 늘려 계열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머물도록 했다. 새 공간의 이름도 트윈타워를 연결한다는 뜻의 ‘커넥트윈’으로 지었다. 구 회장은 리모델링 추진 계획 및 상황을 수 차례 보고받고 완공 후에도 바뀐 공간을 둘러보며 꼼꼼히 살피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실무를 맡았던 정우용 LG지원담당 책임은 “요즘 커넥트윈을 내려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많은 사람들이 리모델링 전에는 어디 가서 쉬고, 회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났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며 “2년이 지난 지금 직원들은 기존에는 없었던 (소통과 연결의) 기능을 경험하며 공간이 주는 힘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AI 시대 들어 계열사의 기술과 역량을 연결하는 ‘원 LG’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LG전자의 칠러·액체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솔루션에 LG CNS의 설계·구축·운영 역량을 더해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전력 인프라와 구축 서비스를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발판으로 빅테크와의 협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6월 구광모 회장은 트윈타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피지컬 AI와 AI 인프라, 모빌리티 등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트윈타워 건설 당시 모습(사진 = LG 제공)
트윈타워 건설 당시 모습(사진 = LG 제공)
트윈타워 야경(사진 = LG제공)
트윈타워 야경(사진 = LG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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