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5% 오른 4만447130.58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6% 하락한 6012.28,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3.07% 급락한 1만9341.83를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는 무려 20.54%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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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가가 나스닥과 S&P500지수를 끌어내렸다.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6.97% 하락한 118.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따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달러로 뚝 떨어졌다. 시총 1위자리도 애플(3조4560억달러)에 내주고, 마이크로소프트(3조2300억달러)에 이어 3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는 AMD 주가도 6.37% 급락했다. 초전력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 ADR주가는 10.19%,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업체 ASML 홀딩 ADR도 10.19% 빠졌다. AI칩을 위탁생산하는 TSMC ADR 역시 13.3%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9.15% 급락했다.
AI 인프라 특수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던 전력공급업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85%, 비스트라 에너지는 28.27%, GE버노바는 21.52% 폭락했다.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및 냉각장치 솔루션 기업 버티브 홀딩스 주가도 29.88% 급락했다.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딥시크-V3’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친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으로 계산됐다. H800은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다.
벤처 투자가 마크 앤드리센은 소셜미디어 X에 “딥시크 R1은 내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면서 “AI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평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당시 소련(러시아)이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당시 미국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딥시크가 오픈AI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보다 첨단 칩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챗봇을 만들어 미국의 AI칩 수출규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NYT는 AI 선두 기업들이 1만6000개 이상의 칩을 사용해 챗봇을 훈련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칩 약 2000개만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전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모델과 데이터 센터에 과잉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라킨은 “시장에서 (FOMC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한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AI 분야의 혼란으로 인해 더욱 커졌다”며 “이로 인해 이번 주 대형 기술주 실적이 시장 심리에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딥시크에 대한 갑작스러운 시장 반응은 AI 거래를 주도해 온 주요 가정 중 일부, 그리고 주요 지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오늘 갑작스럽게 나타난 부정적인 반응의 일부는 주식 시장을 덮친 ‘안일함의 물결’의 직접적인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G 스퀘어드 프라이빗 웰스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품이 터졌다고 확신하지는 않지만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리는 지금부터 시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포트폴리오 배분을 보호하고 변경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패닉에 빠진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기술,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동에 대해 매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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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가 폭락하면서 안잔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 같은 주식으로 자금이 쏠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는 랠리를 펼치며 금리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9bp(1bp=0.01%포인트) 빠진 4.534%까지 떨어졌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7.3bp 하락한 4.199%를 기록했다.
달러 역시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 빠진 107.33을 기록 중이다.
◇위험회피 심리+中제조업 부진…국제유가도 ‘뚝’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49달러(2.00%) 하락한 배럴당 73.1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전장보다 1.43달러(1.81%) 내려간 77.08달러를 기록했다. 딥시크 쇼크에 기술주 폭락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딥시크 출현으로 AI에 대한 에너지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커졌다. 아울러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도 영향을 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보다 1.0 포인트 하락한 49.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4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