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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비상장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하위법규를 개정하고 제도 시행 일정을 확정했다.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과 코넥스·코스닥 상장기업의 주식과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대출, 벤처조합 출자지분 등에 자산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상장 공모펀드다. 코스닥 상장을 전제로 운용되며, 당국은 거래소 시스템 정비와 증권신고서 심사, 상장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4월부터 상품 거래를 지원할 계획이다.
BDC는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창업 초기 단계를 지난 기업이 상장 전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 구간에 민간 자금을 연결해보겠다는 취지다. 후기 기업과 정책자금 중심으로 기운 기존 투자 흐름을 보완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IPO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상장 전 스케일업 자금을 공급할 새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연초에는 운용사들 사이에서 이른바 ‘1호’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6개 운용사가 초기 상품 출시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현재도 6개 운용사가 BDC 출시를 염두에 두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과 상품 구조는 여전히 조율 단계로 전해진다. 연초처럼 ‘1호’ 타이틀을 선점하는 데 무게를 두기보다, 첫 상품 성과가 시장 전체 인식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구성과 유동성 관리, 공시 부담 등을 더 세밀하게 점검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누가 먼저 내놓느냐가 관심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구조로 내놓을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전략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스닥 급락에 얼어붙은 투심...BDC에도 '부담'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최근 증시 여건이다. 지난 4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중동 리스크가 커지고 유가·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는 14% 급락한 978.44로 1000선을 내줬다. 하루 뒤 장중 100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 역시 크게 흔들린 상태다.
비상장·혁신기업 투자 비중이 높은 BDC는 일반 주식형 상품보다 구조가 낯설고 가격 변동에 대한 체감 부담도 커, 이런 장세에서는 개인 자금 유입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블루아울캐피털 사태를 계기로 비상장 자산을 둘러싼 경계심이 더 커졌다는 반응도 있다. 앞서 미국 사모신용 투자사 블루아울캐피털은 지난달 14억달러(약 2조원) 규모 자산을 기관투자가에 매각한 뒤, 자사 비상장 BDC인 'OBDC II'와 투자자들에게는 기존 분기별 환매 방식 대신 자산 매각 대금을 활용한 자본 환원 구조를 제시했다. 회사 측은 환매를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비유동성 자산을 담은 개인 대상 상품의 유동성 부담이 드러난 사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국내 업계는 한국형 BDC와 블루아울 상품을 같은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블루아울의 OBDC II는 미국의 비상장 사모신용형 BDC로, 주로 부유층 개인자금을 받아 중소기업 대출자산에 투자해온 상품이다. 반면 이달 시행되는 한국형 BDC는 코스닥 상장을 전제로 하는 공모펀드로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와 반기별 외부평가, 상장 공시의무 등 규제가 더 강하다. 금융당국도 안전자산 10% 보유와 투자한도 규제, 외부평가 의무 등을 두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넣었다.
다만 두 상품의 구조가 다르더라도, 비유동성 자산을 담은 상품에서 투자자들이 자산 가치 산정과 회수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민감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블루아울 사례는 미국의 사모대출형 BDC에서 나온 이슈여서 한국형 BDC와는 구조가 다르다”며 “미국 BDC는 대출형 자산을 바탕으로 배당 성격이 분명하지만 한국형 BDC는 지분투자형에 가까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 구조부터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코앞인데 인프라 구축 '아직'...상품 안착도 과제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과 별개로 실무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반응 역시 나온다. 상품 상장과 유통, 공시, 평가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구조인데 거래소 시스템 정비와 상장 심사 절차는 물론 비상장 자산 평가와 시장 내 유통 방식, 투자자 대상 설명 체계까지 더 손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달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실제 상품을 시장에 올려 안착시키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상품 자체를 두고도 고민은 남아 있다. 한국형 BDC는 미국 BDC처럼 중소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을 앞세우는 구조가 아니라 비상장 지분투자 비중이 높다. 그만큼 상장주식이나 ETF와 비교해 투자자가 체감할 만한 차이를 어떻게 보여줄지, 또 성장기업 투자 특유의 변동성과 회수 기간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초기 시장 안착의 변수로 꼽힌다. 결국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첫 상품이 어떤 자산을 담고 어떤 수익 구조를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BDC는 단기 매매 상품이라기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담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반 주식형 상품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스닥 액티브 ETF 상장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유동성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코스닥 3000목표 및 기술주 중심 육성 정책등을 고려하면 BDC도 이러한 정책과 시장 흐름등의 수혜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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