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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장병머리 깎는 '사랑의 가위손' 홍문표 이발사

최선 기자I 2015.05.25 10:57:01

2000년 췌장암 진단받고 봉사하는 삶 선택
암판정 오진 밝혀진 뒤에도 꾸준히 이발봉사·장병 격려도

‘사랑의 가위손’ 홍문표(사진 맨 오른쪽) 씨가 장병들의 머리를 깎고 있다. [사진=육군]
[이데일리 최선 기자]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홍문표(61) 씨는 ‘사랑의 가위손’으로 불린다. 그는 15년간 육군 제31보병사단 예하 화순대대의 장병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고 있다. 장병들이 훈련기간에 들어가면 홍씨는 부대를 찾아 간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홍씨는 지난 2000년부터 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46세였던 홍씨는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다. 청천병력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 때 홍씨는 ‘만약 암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병원의 췌장암 판정은 ‘오진’이었다. 하지만 홍씨의 삶은 이전과 180도 바뀌었다. 암은 없었지만, 홍씨는 봉사하는 삶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소 이발관 단골이던 화순대대 간부가 ‘부대 이발병의 기술이 부족하니 기술을 전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홍씨는 이 때부터 매주 부대를 방문,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장병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일주일에 2번씩, 지금은 매주 화요일 장병들을 찾고 있다. 매주 10~15명의 장병들이 홍씨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긴다.

홍씨의 봉사는 이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유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 중 마지막 행군 날이면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 떡과 어묵, 사탕을 간식으로 나눠준다. 지금은 주변 지인들도 동참해 간식을 챙겨주는 행사로 발전했다.

홍씨는 전역한 장병들이 나이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이발관을 찾아와 인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손에서 가위를 놓을 때까지 장병들의 이발을 책임지는 것이다. 올해로 홍씨는 환갑을 맞았다.

홍씨는 “부대 장병들을 재능기부나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한창 때 군에서 나라를 지키지 않느냐”며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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