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씨는 지난 2000년부터 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46세였던 홍씨는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다. 청천병력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 때 홍씨는 ‘만약 암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병원의 췌장암 판정은 ‘오진’이었다. 하지만 홍씨의 삶은 이전과 180도 바뀌었다. 암은 없었지만, 홍씨는 봉사하는 삶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소 이발관 단골이던 화순대대 간부가 ‘부대 이발병의 기술이 부족하니 기술을 전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홍씨는 이 때부터 매주 부대를 방문,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장병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일주일에 2번씩, 지금은 매주 화요일 장병들을 찾고 있다. 매주 10~15명의 장병들이 홍씨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긴다.
홍씨의 봉사는 이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유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 중 마지막 행군 날이면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 떡과 어묵, 사탕을 간식으로 나눠준다. 지금은 주변 지인들도 동참해 간식을 챙겨주는 행사로 발전했다.
홍씨는 전역한 장병들이 나이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이발관을 찾아와 인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손에서 가위를 놓을 때까지 장병들의 이발을 책임지는 것이다. 올해로 홍씨는 환갑을 맞았다.
홍씨는 “부대 장병들을 재능기부나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한창 때 군에서 나라를 지키지 않느냐”며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