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사익편취 규제 완화…"기업 예측가능성 제고"

공지유 기자I 2023.05.21 12:00:3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심사지침 개정
'부당한 이익' 판단기준 구체화…물량몰아주기 지침 정비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위법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을 완화한다. 사익 편취 행위를 구체화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이데일리DB)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 심사지침을 개정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부당한 이익’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물량몰아주기의 요건 및 예외사유를 법령에 맞게 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대법원의 대한항공(한진)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대법원은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위가 대한항공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며 귀속이익에 대한 부당성을 공정위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개정안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반영해 ‘부당한 이익’의 판단기준으로 △제공주체·객체·특수관계인과의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 및 경위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또 사익편취 규제는 부당지원행위와 달리 ‘공정거래저해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지침 조항도 판례 문구에 맞춰 정비했다.

공정위는 또 물량몰아주기의 ‘합리적 고려나 비교’ 요건도 법령에 맞게 선택적 요건으로 개정했다. 현행 법령은 ‘다른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중 하나만 만족하면 물량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심사지침은 양자를 모두 만족해야 되는 것처럼 기재돼 법령보다 엄격한 요건으로 해석될 요지가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은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중 하나만 거치더라도 물량 몰아주기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물량몰아주기의 예외 사유에 대해 법령 조문보다 엄격한 내용으로 설명한 심사지침 규정도 합리적으로 개정했다. 현행 심사지침은 예외사유로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를 불가항력의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회사 입장에서 객관적·합리적으로 예견하기 어렵거나, 현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회피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 의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도 긴급성 예외에 포함시켜 예외 범위를 현실화했다.

물량몰아주기의 예외인 효율성, 긴급성 사유에 다른 회사와 거래 때 기존 부품·장비 등과 호환성이 없는 경우 등 구체적 사례를 심사지침에 예시로 추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심사지침 개정내용을 알려 기업들의 자율적 법 준수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지속적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 정책의 효과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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