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31일 15시5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부정적 사건이 잇따르며 시선이 차가워졌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살리고 키워낸 사례가 많습니다.
이데일리는 사모펀드가 인력 감축 대신 성장에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됐다는 이유로 우려와 오해를 받았으나, 체질개선에 성공한 기업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의 전문 경영인 영입과 글로벌 확장, 고용 확대가 어떻게 실적 개선과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 방식과 경영 전략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짚으며, 사모펀드를 둘러싼 편견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사모펀드(PE)가 기업을 인수하면 무엇부터 손대는가. 통상 인력을 줄이고 비주력 자산을 팔아 비용을 깎은 뒤 되판다고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PE가 인수해 벨류업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의 OB맥주 인수는 반대 경로를 밟았다. 비용을 줄이는 대신 영업 관행을 뜯어고치고 공장 설비에 돈을 넣었고, 그 결과 4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3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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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던 2위…점유율은 44%까지 밀려
KKR·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09년 AB인베브로부터 OB맥주 지분 100%를 약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까지 한국에서 성사된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였다. 자기자본 7억5000만달러에 매도자 대출 3억달러, 은행 차입 7억5000만달러를 더한 차입매수(LBO) 구조로, 레버리지 비율은 약 58%였다. 금융위기 이전 LBO 평균(75%)보다 낮은 수준이다.
OB맥주는 하이트진로와 함께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해 온 회사다. 제조·유통·판매가 면허제로 묶여 신규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구조 탓에 시장은 오래 과점 상태로 유지됐다. OB맥주는 1990년대 초반까지 점유율 70%대로 1위였지만, 1991년 계열사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두산 제품 전반의 불매운동에 휘말리며 흔들렸다. 1993년 하이트가 등장했고 1996년 순위가 뒤집혔다. 이후 두산은 외환위기 국면에서 1997년 인터브루에 지분 50%를, 2006년 잔여 지분을 넘겨 맥주 사업에서 완전히 빠졌다. AB인베브가 2009년 OB맥주를 내놓은 것도 안호이저부시 인수에 자금을 쏟은 뒤 금융위기가 겹쳐 유동성이 급해졌기 때문이었다.
PE에 넘어갈 당시 OB맥주의 문제는 수익성이 아니라 점유율이었다. 인베브 체제에서 회사는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비용을 관리하는 보수적 전략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하이트진로보다 양호했지만 점유율은 2009년 44%까지 내려앉아 13년째 2위였다. 영업 현장에는 월말에 대리점으로 물량을 몰아 내보내는 밀어내기가 관행으로 굳어 있었다. 출고된 맥주가 창고에 쌓이면서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최대 6개월이 걸렸고, 소주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는 맥주 특성상 이는 품질 문제로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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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던 영업, 팔리는 만큼 내보내는 영업으로
PE가 먼저 손댄 것은 이 밀어내기였다. 월말 강제 출고를 중단하고 도매상 실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2010년 1월 진로 출신 장인수 부사장을 영업총괄로 데려와 이후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진로 출신 핵심 영업 인력도 함께 영입했다. 반면 이호림 사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은 가능한 한 유지했다. 장 사장은 영업 조직에 퍼져 있던 영어 약어 사용을 걷어내고 지방 도매상과 현장 직원이 정기적으로 만나 관계를 다시 쌓게 했다.
생산과 제품에도 돈이 들어갔다. 인수 후 4년간 2000억원 이상을 설비에 투자해 이천·창원·광주 3개 공장의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자동화 비중을 높였다. 2011년 3월에는 맥아 100% 올몰트 제품인 OB골든라거를 내놨고, 카스 프레쉬·라이트·레몬 등 파생 제품으로 젊은 층을 겨냥했다.
그 결과 2009년 8161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1조4848억원으로 연평균 16.1% 늘었고, 영업이익은 1963억원에서 4727억원으로 연평균 24.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4.1%에서 31.8%로 올랐다. 인수 이전 5개년(2004~2008년) 평균 16%와 비교하면 운영 기간(2009~2013년) 평균은 25%다. 점유율은 2009년 44%에서 2011년 52%로 올라서며 1위를 되찾았고 2013년 3월 61%까지 확대됐다.
이런 접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계약 구조가 있다. 인수 계약에는 AB인베브가 거래 종결 후 5년 내에 사전 합의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 11배로 회사를 다시 사올 수 있는 재인수 콜옵션이 붙어 있었다. 사모펀드에게 중요한 엑시트 전략에 있어서 전략적 투자자(SI)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던 만큼, 비용을 깎아 단기 수익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오히려 매수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회수 경로가 운영 개선을 강제한 셈이다.
임미희 명지대 경영대 부교수 등은 대한경영학회지 제39권 4호에 게재한 '사모펀드의 기업 가치 창출: OB맥주 M&A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이 거래를 비용 절감형이 아닌 '성장형 차입매수(LBO)'로 규정했다. 재무구조 조정이나 인력 감축이 아니라 영업·유통·제품 등 운영 영역에 직접 개입해 체질을 바꾸는 '운영 중심의 가치 제고'가 작동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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