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400원인데…환율 끌어올리는 서학개미

김인경 기자I 2024.11.17 11:27:48

국내투자자 美 주식 보관금액 140조원
美 채권도 금리인하 속 올해만 10조 사들여
"글로벌 자금 달러 선호, 강달러 장기간 이어질 것"
향후 외환보유고로 ''방파제 역할'' 기대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뉴욕증시로 향하는 개미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원·달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하며 환율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서 서학개미도 강달러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식에 채권까지 확대하는 개미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1000억 7891만달러(139조 71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7일 1000억달러를 넘어선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며 불어나는 모습이다. 올해만 320억 5542만달러(44조 8000억원)가 증가했다.

올초 시작한 인공지능(A) 반도체 붐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이미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미국 우선주의’의 수혜를 기대하며 뉴욕 증시로 향하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투자처가 주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보관금액 역시 115억 9638만달러(16조 2000억원)로 올해만 73억 772만달러 (10조 2000억원)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빅컷(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금리를 내리자 채권 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자 역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금리 인하기에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 수익뿐만 아니라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 이점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미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게다가 코스피와 코스닥, 국내 증시가 ‘트럼프 랠리’에서 소외돼 부진을 이어가자 미국 증시가 분산 투자처가 아닌 국내 증시의 대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그간 미국 증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투자자들마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수요 급증하며 환율 상승 부추겨

다만 미국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트럼프 당선인 효과로 치솟은 원·달러가 이 같은 수요에 더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원화가 강세일 때는 해외투자 확대가 대외건전성을 개선하지만, 원화가 약세인 국면에서는 외환 수급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05.10원에 마감한 바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달러 강세 현상은 단순한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감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금의 달러자산 선호현상이 맞물려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의 당선 이후 강한 랠리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증시는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강달러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해외 주식 투자가 단기적인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고 해도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투자자의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뿐 더러 외화유동성이 악화 됐을 때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9월 경상수지가 111억 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 속에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올해 원·달러 환율에도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다만 개인들이 확보한 해외 자산은 앞으로 위기가 왔을 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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