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강은일 산조프로젝트-나는 서용석 올시다'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연상케 한 민속악 서사
국악 현대사 관통하는 해금 시리즈 수작 탄생
[김희선 국민대 교수,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 시대를 만들어간 예술가들은 당대의 갈채 못지않게 후대에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변방의 악기였던 해금이 동시대 한국 음악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기여한 여러 예술가가 있지만, ‘해금 디바’로 크로스오버 해금의 세계를 연 강은일을 개척자로 꼽는데 주저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컨템포러리 해금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강은일의 산조와 민속악 작업은 개인적 차원에서 예술적 성취일 뿐만 아니라 전통 해금 레퍼토리에 대한 당대 관객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밖에 없는 명민한 기획이다.
 | ‘나는 서용석 올시다’ 공연 모습(사진=나승열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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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서 소개된 ‘나는 서용석 올시다’(3월 16일)는 강은일이 2023년부터 시작한 산조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업이자, 2003년부터 시작한 ‘전통에 뿌리내리다’의 열 세 번째 작업이며 그의 서른 번째 독주회이기도 하다. 명인들이 낸 ‘길 위를 걷는’ 작업으로, 이 땅의 오랜 음악 언어로 오늘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작업이었다.
‘나는 서용석 올시다’는 남도음악에 기반해 해금산조, 대금산조, 아쟁산조, 피리산조, 시나위 합주, 산조합주, 남도 민요 합주, 창극 반주 등으로 민속악의 지경을 확장한 서용석을 오마주 했다. 민속악의 창의적 변주와 해석을 더해 오늘날 민속악을 완성 시킨 명인 서용석의 해금산조와 민속악의 세계를, 그의 아들인 서영호와 당대 최고의 명인인 김청만, 이웅렬, 정준호과 함께 무대에 올렸다.
강은일이 명인을 소환하고 전통을 기억하는 방식은 △산조와 민속악에 대한 탐구 정신 △함께 무대에 오른 당대 최고 예인들과의 호흡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깊어진 창의력의 발휘로 요약할 수 있다. 각 명인들의 해금산조 긴산조를 시작으로 당대 민속악의 길을 반추하며 거기에 자신의 음악의 길을 더하는 공연의 형식은 명인에 대한 오마주이자 당대 민속악의 서사를 담아내며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웰메이드 다큐멘터리가 연상된다.
 | ‘나는 서용석 올시다’ 공연 모습(사진=나승열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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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강은일 작곡의 ‘농현 다스름’으로 문을 연 후 서용석의 ‘남도 신민요 신뱃노래’, ‘남도 굿거리’와 ‘시나위’를 선보였다. 서용석의 해금 긴산조는 시간이 더해지며 예술성이 확장된 해금산조의 풍부함을 보여줬다. 신민요, 굿거리, 시나위는 남도 민속악의 꽃을 피운 서용석의 세계를 통해 전통음악의 광활함, 그리고 그 위에 겹쳐진 강은일의 창의성을 투영해 민속악이 당대의 예술임을 선언적으로 보여줬다.
현대 국악의 흐름은 현대화와 대중화를 지향한 1960~90년대의 30년을 지나, 2000년대 이후 전통의 재발견과 다시 전통 안에서 이 시대의 음악을 길어내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있다. 이 한복판에 강은일의 전통 탐구 작업이 있다. 당대 국악의 상징적 위치에 있는 강은일의 전통 회귀, 이에 대한 집념적 수행, 흡입력 있는 연주력, 여기에 절제되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공연의 완성도가 더해져 국악 현대사를 관통하는 해금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시리즈 수작이 탄생됐다.
강은일의 ‘~올시다’ 프로젝트는 향후 ‘나는 김영재 올시다’에 이어 ‘나는 강은일 올시다’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악의 풍부함과 그 안에 살아 꿈틀대는 창의성의 세계를 더욱 집요하게 파헤쳐 궁극적으로 우리 음악이 당대의 예술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오늘 우리 예술가 강은일의 길이 마침내 우리 음악의 ‘오래된 미래’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 김희선 국민대 교수(사진=나승열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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