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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 기세등등한 불볕더위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에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민초 열풍도 한여름 열기와 함께 사라진다. 민트초코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일본의 여름도 지나가는 셈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여름철 일본의 ‘초코민토(민트초코·キットカット)’ 열풍에 주목했다. 고디바 재팬의 제롬 슈샹 대표가 “일본 시장은 계절에 따라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일본 식품업계는 계절별 콘셉트에 진심인 편이다. 봄이 오면 온갖 음식과 디저트가 벚꽃 옷을 입는다. 가을이 되면 일본 스타벅스에는 고구마 맛탕맛(!) 프라푸치노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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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품업계가 이토록 지독하게 콘셉트에 충실한 이유는 뭘까. 이는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다양함이 무기인 일본 디저트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콘셉트 하나라도 확실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스프링의 오카야마 타쿠야는 “일본의 모든 디저트는 이미 맛에서 상향 평준화를 이룬 상태”라며 “특이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참신함이 가장 큰 덕목인 일본 편의점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언제 어디서나 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일본에 진출한 거대 다국적 제과 회사들은 과감히 ‘규모의 경제’를 포기한다. 동일한 품목을 일정한 규모로 제조하는 이른바 ‘소품종 대량생산’이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이들도 안다. 하지만 일본에는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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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의 성공이 귀감이 됐을까. 올여름 일본의 민초 열풍에 가장 적극적인 건 스페인 제과업체 파파버블이다.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과자가게”라는 모티브에 걸맞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코야끼의 고향 오사카 지점에는 문어 다리 모양 사탕을, 일본 토종닭 하면 떠오르는 지역 나고야에선 닭날개 모양 사탕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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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이 사토시 파파버블 일본 지사장은 “맛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긴 매우 어렵다”며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파버블 민트초코 팝업 스토어는 여름이 막바지에 달하는 8월 말 문을 닫는다.
일본에서도 민초파들의 위력은 거센 모양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소셜미디어에서조차 컬트적인 팬을 거느린 민트초코만큼 팬층을 확보한 맛은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민트초코 열풍은 여름과 함께 수명을 다하고 있다.
“민트초코 시대가 끝나면 조금 슬플 것 같다.” 민트초코를 너무 사랑해서 도쿄 초콜릿 안내책자까지 낸 일본판 ‘민초단’ 우시쿠보 신타로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끝맺는다. 우시쿠보는 올겨울 편의점을 장악할 딸기 맛 과자들로 슬픔을 달래며 내년 여름을 기약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