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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영국 배우 겸 작가 잭 홀든이 직접 쓰고 출연한 1인극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이듬해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신작 후보에 올랐다. 1988년 런던 소호의 하룻밤을 배경으로, 에이즈 위기를 지나온 퀴어 공동체의 문화와 유산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배우 1명이 29명의 인물을 오가고, 클럽 음악과 춤이 극을 이끈다.
이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된 공동체에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위기를 어떻게 함께 건너는지 담은 작품”이라며 “팬데믹의 공포를 모두가 겪었기에 40년 전 다른 나라 이야기에도 큰 공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물든 청바지 같은 작품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물이 빠지지 않았으면 했다”며 “퀴어 서사를 표백하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해외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웨스트엔드가 다시 문을 열 때 무대에 올라 흥행한 작품이다. 이 대표는 “당시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후보에 오른 작품 대부분은 한국에 들어왔는데 ‘크루즈’가 남아 있었다”며 “대본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실제 공연 음원이 발매됐을 정도로 음악극적 요소가 있어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력이 없는 제작사가 웨스트엔드 작품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지 프로덕션에 무작정 편지를 보냈다. 그는 “구구절절하게 진심을 담아 메일을 썼다”며 “질병의 공포 앞에서 연대하는 힘을 다룬 이 작품이 코로나를 겪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호소했다. 결국 반년 넘는 노력 끝에 계약서를 작성했고, 원작자의 번역 검수까지 마치는 데 2년이 걸렸다.
배우와 창작진을 섭외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더블 캐스팅을 하면서 배경과 강점이 전혀 다른 두 배우를 골랐다. 대학로에서 떠오르는 배우인 한민우와 연극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댄서 킹키다. 이 대표는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할 신체 퍼포머가 필요했고, 킹키가 예능에서 보여준 희극 연기를 보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조경훈 무대 디자이너를 비롯해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창작진도 모았다. 이 대표는 “기초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오가며 작업하는 조경훈 디자이너와 꼭 함께하고 싶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개서를 보냈는데, 거절하실 줄 알았던 제안을 수락해주셨다”며 “나중에 진정성이 와닿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미소 지었다.
이 대표에게 제작사 설립 후 첫 작품으로 ‘크루즈’를 무대에 올리는 일은 뜻깊은 도전이다. 그는 “연극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소 프로덕션 조연출, 공연 아르바이트, 문화예술 매거진 인턴까지 닥치는 대로 경험했다”며 “학창 시절 주말마다 고속버스를 타고 전남에서 서울로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이제는 직접 무대를 만든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크루즈’를 보러 오는 관객 중에도 나처럼 꿈을 품은 친구들이 있을 텐데, 나 역시 그때의 열정을 잊지 않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이름인 ‘노크’(NOQ)에는 ‘질문을 여는 서사’(Narrative Opening Question)라는 뜻을 담았다. 이 연출은 “문을 똑똑 두드리듯 벽을 깨는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며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도 질문 하나쯤 남는 연극, 무대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크루즈’는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국내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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