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사상 최고는 빛좋은 개살구"?

김현동 기자I 2006.10.04 09:54:47

다우지수 나홀로 상승 무의미..나스닥·S&P는 지지부진
주가 복원에 상승에너지 소진 지적
일부서는 상승 추세 복귀 평가도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결국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56.99포인트(0.49%) 상승한 1만1727.34로 마감됐다. 이로써 다우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000년 1월14일 기록했던 기존 최고점 1만1722.98을 뛰어넘었다.

장중에는 1만1758.95포인트까지 상승, 2000년 1월14일 기록한 기존 최고점 1만1750.28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의 고점 경신에 대해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과 다우지수의 '나홀로' 상승, 시장 체력 상실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다우지수 뿐만 아니라 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과거 고점을 회복해야만 진정한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우지수, 신천지 회복..경기 연착륙 기대

이날 다우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배경에는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가 놓여있다.

1960년대의 세계적인 호황도, 1990년대의 '닷컴 호황'은 없지만, 국제 유가가 14개월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미국 경기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결정적이었다.

유가 하락이 주택 경기 냉각과 소비 둔화 우려를 상쇄할 것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떨어뜨려 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이라는 생각인 셈이다. 과도한 금리 인상 우려를 경계하던 투자자들에게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 연착륙과 함께 금리 인하라는 두 가지 호재를 제공해 준 것이다.

휴그 존슨 존슨 일링튼 어드바이저스 회장은 "유가 하락 덕분에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면서 "유가 하락이 주택 경기 악화를 상쇄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앤트 & 선즈'의 토마스 J. 카티노는 "2000년 1월14일 이후 증시는 닷컴버블 붕괴와 경기 후퇴, 테러, 회계스캔들 등 잇단 악재들을 겪었다"면서 "이번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악재를 이겨낸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다우지수 `나홀로` 상승..S&P500·나스닥 `주목`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과거 호황 국면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다우지수 외에 S&P 500 지수나 나스닥 종합지수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들은 아직 사상 최고치 경신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3일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6.05포인트(0.27%) 높은 2243.65, S&P500 지수는 3.83포인트(0.29%) 오른 1334.11에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기존 사상 최고치 5132.50에 비해 50% 이상 떨어진 상태이고, S&P 500은 사상 최고치 1553.11에 12% 모자란다.

휴그 존슨 회장은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금융시장의 사건이라기 보다는 언론이나 투자심리에 있어서의 사건에 가깝다"면서 "물론, 중요한 것은 시장이 상승 추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피터 부크바르 밀러타박 투자전략가는 "다우지수 외에 다른 주가지수들은 아직 사상 최고치가 아니다"면서 "이는 전체 시장에 건강한 신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칸토르 피츠제랄드 미국 증시 담당 투자전략가인 마크 파도는 주식시장에 대한 내재적 분석을 통해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의미를 평가했다.

파도는 "6년 전과 현 경제 상황이 그때와 다르고 다우지수가 6년간의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통계적 문제라기 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00년 1월14일 이후 뉴욕 증시가 무너진 것처럼, 현재 주식시장도 과거 고점을 회복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하는 바람에 추가 상승 여력마저 잃어버렸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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