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곧 시작될 후발주자의 반란”…英 3·4위 통신사 합병 마무리

김연지 기자I 2024.12.09 09:47:02

英 시장경쟁청, 보다폰-쓰리 합병 승인
2700만 고객 단숨에 확보하며 1위 등극
"英 통신서비스 별로라고? 우리가 바꾸지"
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19조 투입키로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27·26·21·12’

영국의 주요 이동통신사 EE, O2, 보다폰, 쓰리 등 네 곳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다. 다양한 요금제와 프리미엄 서비스,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경쟁해온 1위와 2위는 단 1% 차이로 쫓고 쫓기는 관계에 놓였으나, 3위와 4위는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영국의 3·4위 통신사인 보다폰과 쓰리가 영국 경쟁시장청(CMA)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내면서 기나긴 합병전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합병으로 양사는 27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동시 시장점유율 역시 33%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영국 최대 규모의 모바일 통신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영국 시장경쟁청이 영국 3·4위 모바일 통신사인 보다폰과 쓰리의 합병을 승인했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CMA는 보다폰과 쓰리의 합병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보다폰은 합병 회사의 지분 51%를, 쓰리 모회사인 CK허친슨은 49%를 소유하게 된다.

지난 1984년 설립된 보다폰은 영국보다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의 존재감이 큰 통신사다. 경쟁사인 EE와 O2가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로 영국 고객을 확보한 가운데 보다폰은 영국 외 지역을 공략해왔다. 보다폰과 합병하는 쓰리는 영국의 가성비 통신사로, 타 통신사 대비 합리적인 요금제로 젊은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보다폰과 쓰리가 합병을 물 밑에서 추진한 지 2년, 합병 계획을 공식화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6월 영국의 모바일 통신 네트워크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을 결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영국 경쟁시장청이 ‘통신사 수 감소’ 및 ‘경쟁 제한에 따른 요금 인상’ 등의 이유로 자국 통신사 합병을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경쟁시장청은 지난 2015년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CK허친슨의 버진미디어 인수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온 보다폰과 CK허친슨은 영국 경쟁시장청에 △영국 네트워크 투자 △ 소비자 보호 △시장 경쟁 촉진 등 세 가지 카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10년간 110억 파운드(약 19조 2000억원)을 들여 영국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합병 후 3년 동안은 특정 모바일 요금제에 대한 가격 상한선을 설정해 소비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특히 네트워크 품질이 개선되면 영국 통신 업계의 경쟁이 오히려 촉진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영국 경쟁시장청의 우려를 해소할 뿐 아니라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통신사마다 다른 5G 인프라 투자 격차 △도심 내 고층 빌딩으로 인한 신호 불량 △시골 지역에서의 네트워크 속도 저하 △요금에 비해 낮은 서비스 품질 등으로 비난 받아왔다. 통신사들이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라도 제 살을 깎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한편 업계에선 보다폰과 쓰리의 합병으로 영국 네트워크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통신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농 간 디지털 격차를 감소시켜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네트워크 품질 향상으로 비즈니스 운영 속도와 효율성이 크게 증가시키는 한편, 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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