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살 냈는데…윤상현 “서장이랑 통화, 석방될 것”

강소영 기자I 2025.01.19 10:57:26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 법원 습격
지지자들, 경찰에 연행되자 윤상현에 연락
윤상현 “조사 후 곧 석방될 것” 반복만
노종면 “사실상 윤상현이 부추긴 셈”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것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후 상황에 대해 “곧 석방될 것”이라는 말로 지지자들의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18일 밤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법원의 담을 넘거나 유리창을 깨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후 지지자들이 연행되자 이를 본 이들은 윤 의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했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면 한 지지자가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오동운 죽일 놈의 좌수처장 차량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들 3명 잡아갔다. 학생들도 좀 알아봐 주실 수 있냐”고 도움을 요청했고, 윤 의원은 “조사 후 곧 석방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다른 지지자들이 “여학생 2명, 남학생 1명이 경찰에 납치됐는데 의원님이 목소리를 내주길 요청한다”, “의원님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치 됐나요”라며 문자를 보내자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거예요”라며 같은 답을 반복했다.

서부지법의 담을 넘은 뒤 체포돼 강남경찰서로 이송됐다는 한 지지자는 온라인상에 “윤상현 의원님이 서장이랑 통화했다고 조사받고 내보내 줄 거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습격이 윤 의원의 말 한마디에서 더욱 힘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서부지법 습격의 전조는 어제 저녁 월담이었다”며 “경찰이 월담자 17명을 체포했지만 극우 시위대는 ‘훈방’될 것으로 믿고 더 대담해진 듯하다. ‘훈방’ 기대의 근거는 윤상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 의원은 18일 밤 서부지법 앞 현장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윤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하고 바로 30분 전에 이 현장에 왔다. ”우리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 유치장에 있다 해서 관계자와 이야기했고 훈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18일 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창문 유리를 부수며 극렬하게 항의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노 의원은 ”이 내용은 다른 경로로도 급속히 시위대 사이에 공유됐고 이후 습격, 폭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대놓고 ‘몽둥이가 답’이라 했던 윤상현이 법원이 침탈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침탈자들이 훈방된다고 안심시켰으니 이것이 습격 명령과 무엇이 다를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윤 의원은 SNS를 통해 ”사법부의 방망이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혼마저 파괴했다“며 법원의 구속 결정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윤 대통령이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니고, 관련자 대부분이 이미 체포되고 구속된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까지 구속하는 것이 어떤 목적이냐“며 ”온몸을 벗겨 놓고 저잣거리에서 조롱하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수많은 범죄에 연루되고 관련자들이 자살하고,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대표는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며 ”왜 윤 대통령에게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가“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공명정대할 자신이 없다면 편파라도 하지 말라“며 사법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18일 서부지법 앞에서 공무집행방해와 담치기 행위, 공수처 차량 방해 등 혐의로 연행된 40명은 서울 내 11개서 수사과에서 전담 수사하고 있다.

또 19일 새벽부터 서부지법에 집단으로 침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혐의로 연행한 46명에 대해서는 7개서 형사과에서 전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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