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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사과' 재현되나…산불·기후변화에 먹거리 물가 '비상등'

김은비 기자I 2025.04.02 06:00:00

산불로 경북 농작물 피해 1555ha 추정
96%가 과수원…경북, 사과 국내 최대 산지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산불로 먹거리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산불로 사과·마늘 등 주요 산지가 불타며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오락가락한 날씨로 냉해 피해까지 덮치면 올해 ‘금사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산불’이 영덕까지 번진 가운데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 한 과수원 사과나무가 불에 타거나 그을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는 대부분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경북에서 발생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1555㏊로 추정된다. 이는 여의도(약 290㏊)의 약 5.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에서도 과수원 피해가 1490㏊로 95.8%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수 피해면적은 전체 과수원 면적으로, 실제 면적은 지자체 피해조사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는 품목은 사과다. 농작물 피해 규모의 대부분을 과수가 차지하고 있는데, 경북은 국내 최대 사과 산지다. 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은 1만 9208㏊로 전체 사과 재배 면적(3만 3298㏊)의 57.6%를 차지한다. 산불로 사과 과수원이 상당 부분 불탔기 때문에 올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락가락한 날씨도 사과 수급 불안의 요인이다. 봄철 사과 나무가 본격적으로 개화할 때, 꽃샘추위로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면 냉해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졌다가 급격히 추워지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냉해로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

특히 사과는 재배 주기가 1년으로 다른 과일보다 길어 한 번 생산량이 감소하면 물가에 미치는 피해도 큰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 2023년 냉해 피해로 사과 생산량이 30%가량 급감하자 사과 가격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이듬해 8월 햇과일이 나오기까지 반년 넘게 2배 넘게 폭등하며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마늘도 주요 피해 품목으로 꼽힌다. 의성은 약 9700톤(t)의 마늘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 마늘 주산지 중 하나다. 마늘뿐만 아니라 양파·쪽파 등 작물 재배도 활발하다.

이 때문에 그나마 안정세를 찾아가던 농산물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월 농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0.6%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2.0%)을 밑돌았다. △배추(65.3%) △양배추(53.2%) △무(89.2%) △당근(59.6%) 등 일부 채소류가 크게 올랐지만, △사과(-2.3%) △오렌지(-8.8%) △감(-27.7%) 등은 떨어진 영향이다. 과일류 전체로 보면 전년보다 5.3% 하락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마늘 등 품목별 생육관리협의체를 즉시 구성해 수확기까지 생육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현장 기술지원, 병충해 방재용 약제·영양제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소·돼지 등 축산물도 불안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축 전염병 발생에 산불로 돼지·닭 등이 폐사하는 등 피해도 발생했다. 폐사한 돼지 마릿수는 2만 8000두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1175만 1503마리)의 0.2% 수준이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봄철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까지 덮치면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제역도 지난달 23일 이후 아직 추가 발생은 없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전남 영암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뒤 이날까지 영암, 무안 등에서 총 14건이 발생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건 1년 10개월 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방역 강화 및 야생멧돼지의 이동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양돈농장의 차단 방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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