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원더키디·슈퍼보드 장난감은 어디에

유근일 기자I 2015.11.01 09:59:58

키덜트(Kidult)열풍은 다른 나라 이야기...인기 콘텐츠도 단기 상품에 그쳐
연속성 있는 콘텐츠 확보해야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최근 유통업계는 일명 ‘키덜트(Kidult)’족 공략에 한창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서 추산하는 키덜트 시장의 규모만도 연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런 키덜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완구업계는 한숨이 깊다. 키덜트 매출의 대다수는 건프라(건담 프라모델), 슈퍼마리오, 레고와 같은 외국 완구를 중심으로
1998년 MBC에서 방영된 영혼기병 라젠카의 오프닝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화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외국 완구를 중심으로 키덜트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주요 구매층이 된 청년층이 향수를 느낄 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80~19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20~30대로 자란 지금,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을 만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또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1988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하에 방영됐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 2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었던 ‘영혼기병 라젠카’ 등 대표적인 TV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완구들은 이제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아기공룡 둘리’와 ‘태권브이’ 정도가 한국 완구의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짱구는 못말려’, ‘원피스’, ‘심슨가족’과 같이 시즌을 거듭하며 계속되는 외국의 사례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장기적으로 시리즈물을 기획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3년 EBS를 통해 처음으로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총 5편의 속편이 방영됐다. 올 12월에는 극장판 뽀로로 개봉까지 예고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뽀로로 장난감은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뽀로로
한 업계 관계자는 “뽀로로나 터닝메카드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서도 여전히 뽀로로에 향수를 느낄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며 “나이를 먹어서도 이탈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완구 업계 안팎에서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완구공업협동조합 측은 “키덜트와 어린이 완구의 경계가 사라져 혼재된 제품들의 박람회 출시로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을 이끌었던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지난달 열린 ‘서울 토이 앤 게임쇼’를 평가했다. 또 조합 측은 “키덜트완구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눈여겨보고 대처해야할 부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완구 시장에서 이런 장기적 접근은 이미 대세가 됐다. 1932년 처음 출시된 레고 역시도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레고를 즐기는 이들을 AFOL(Adult Fan of Lego)이라고 칭하며, 세계 각국의 AFOL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브릭코리아에 디오라마를 출품한 이들도 대부분 AFOL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완구 강자들이 롱런하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레고와 건담은 어떤 변화를 거쳐 20~30대들에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앞으로 차후 시리즈를 통해 국내 완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시리즈에 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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