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경제사령탑과 재난 컨트롤타워까지. 최 권한대행의 늘어나는 업무만큼이나 기획재정부의 역할 역시 확대하자, 1·2차관·1급 등 실무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경제부터 외교, 국방, 사회 등 국정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최 권한대행의 중책을 고려할 때 그를 전담 보필할 보좌기구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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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어진 지난 보름간 기재부는 불어나는 업무에 빠르고 유기적으로 대응해왔다. 이처럼 실무진에서 먼저 권한대행 보좌 전담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정작 최 권한대행은 이 전담 보좌기구에 대해 ‘인원을 최소한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하거나, 기존 부처 업무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재부는 대통령 권한대행 보좌 임시기구(TF)를 유학·교육 등을 마치고 귀국해 기재부 본부에 대기 중인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답을 냈다. 쏟아지는 현안은 각 부처에서 ‘겸임발령’을 내기로 했다. 10여 명(기재부 5명·타부처 5명)의 인력이 최 권한대행의 업무를 ‘포컬 포인트(Focal Point)’ 방식, 핵심 사안별로 돕는다.
기재부의 이 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그간 수많은 위기를 대응해 온 경험에서 나왔다. 그간 기재부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마스크 대란과 요소수 대란 등 국가의 여러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주도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재부와 TF를 꾸려 일하면 꽉 막힌 일도 풀렸던 적이 많다.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 때마다 나선만큼 ‘위기 극복 DNA’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기재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협상을 주도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방역지원을 위한 ‘마스크 TF’도 맡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따른 달걀 수급 문제가 발생하자 ‘달걀 TF’를 출범한 부처이기도 하다. 요소수 대란이 터졌을 당시엔 핵심광물 공급망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있음에도 기재부 내 ‘요소수 TF’를 만들었고, 필요 예산을 적기 공급하고 공급망 종합대책을 주도했다.
제주항공 참사 당일에도 곧장 TF를 발동했다. 기재부는 1·2차관과 1급 간부들 모여 사고 대응체계를 논의하고 ‘무안사고 대응·지원 TF’를 가동했다. 애초 담당 부처를 따지자면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위기에 내몰렸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진 사퇴로 재난 컨트롤타워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없었다.
기재부의 이 같은 위기 대응 역량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최 권한대행이다. ‘기재부의 DNA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통관료인 그는 헌법재판관(헌재) 임명으로 위기 속 경제 관리 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전 경제부총리들도 입 모아 “불확실성을 빠르게 제거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강만수(1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재직 당시 정책보좌관이던 최상목 권한대행을 회고하며 “위기 때마다 항상 선제적으로 경제정책을 보좌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만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점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권한대행이 된 지 이틀째 되던 날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당일. 최 권한대행은 사고 발생 47분 만인 오전 9시50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도착해 긴급회의(1차)를 주재한 뒤 전남 무안으로 내려갔다. 이어 오후 2시 중대본(2차) 회의를 열고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그날 저녁 8시 ‘7일간 국가 애도기간’(3차)을 지정했다.
다음 날 오전 9시. 4차 중대본 회의에서는 신속한 희생자 신원 확인, 사상자 유가족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만 하루만의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모든 결정은 최 권한대행이 스스로 판단했고, 그랬기 때문에 사고 현장방문부터 지원방안 마련까지 신속한 결정이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속에서 기재부는 본연의 ‘임무’인 경제도 전방위로 챙기고 있다. 애초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빠르게 구상하고 100조원의 가용 예산을 1분기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최 권한대행은 재난 상황에서 직접 챙기지 못했던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에도 빠르게 복귀하며 금융·외환시장 24시간 비상대응 체제를 갖췄다.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선 전폭적인 기업 지원과 수출·일자리·투자를 당부했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선 신정부 출범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내란-탄핵정국으로 다소 느슨해진 분위기를 쇄신하는 역할도 했다. 신년 정부 부처 업무보고의 명칭을 ‘주요 현안 해법회의’로 바꿔 위기 대응 총력전을 주문했다. 그는 “올해는 평시 업무보고와는 절박함과 해법, 추진 속도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했다.
대행의 대행체제도 보름이 됐다. 경제사령탑 최 권한대행은 국정 컨트롤타워가 됐다. 그는 여전히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일정만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화하고 주말에는 본업인 기재부 업무에 좀 더 집중해 밀린 결재를 끝내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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