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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 고가에도 완판 행진…2030 홀린 여행의 정체는

이민하 기자I 2025.01.26 14:23:58

해외 마라톤 원정 여행 '런투어'
국내 달리기 인구 약 1000만명
러닝 열풍 따라 여행 산업 '들썩'
해외 메이저 마라톤 원정 상품
완판 행렬 기록, 매출 2배 성장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첫 풀코스 마라톤을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달린 것은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2024년 파리 마라톤을 완주한 한 직장인 참가자 A 씨가 한 말이다. 역사적인 여행지를 세계 각국의 참가자와 함께 심장 박동을 공유하며 달리는 경험은 러너들을 벅차오르게 만들기 충분하다.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면 각 도시는 도로를 차단하고 참가자를 위한 트랙을 마련한다. 현지 주민들은 응원 팻말을 만들어 거리로 나와 찬사를 보내고 직접 만든 음료와 음식을 선물한다. 이날만큼은 러너들이 도시의 주인공이다.

파리 국제 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클투)
해외 마라톤에 참가해 여행과 러닝을 동시에 즐기는 ‘런투어’가 2030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여행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도심에서 함께 달리는 ‘러닝크루’를 필두로 불타오른 러닝 열풍이 ‘해외 마라톤 원정’으로 이어지며 여행 산업으로 관심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교원투어, 야놀자, 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사는 국내 달리기 인구가 약 1000만 명에 달할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이를 겨냥한 런투어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야놀자는 오는 3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다낭 국제 마라톤’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 마라톤 원정을 떠나는 러너를 집중 공략한 런투어 전문 여행사도 등장했다. ‘클투’의 마라톤 패키지여행 상품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번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중이다.

베트남 다낭 ‘마누라이프 다낭 국제 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클투)
◇혼자보단 같이 달리는 게 더 즐겁다

해외 원정 마라톤 여행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라톤은 혼자보다 같이 달리는 순간이 더 즐겁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런투어 전문 여행사 ‘클투’에 따르면 런투어 참가자 중 약 70%는 동행 없이 혼자 신청한다. 패키지는 마라톤 일정을 제외하곤 대부분 자유여행으로 구성돼 있어 마라톤 참가자끼리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문현우 클투 대표는 “‘달리기’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기에 참가자끼리 빠르게 친해지는 편”이라며 “마라톤에서 친해진 참가자들끼리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다음 마라톤도 같이 신청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러너들에게 런투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2030 러너를 사로잡는 또 다른 장점은 ‘런생샷’(달리면서 찍는 인생샷)이다. 전문 포토그래퍼가 마라톤 현장에 동행해 참가자들의 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서비스다. 피렌체 국제 마라톤 여행 패키지에 참가했던 직장인 B 씨는 “국내에서 혼자 마라톤에 참가하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항상 아쉬웠다”라며 “아름다운 피렌체 거리를 배경으로 달리는 만큼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주는 포토그래퍼가 동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상품 구매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드니 마라톤 완주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클투)
◇고가에도 불구하고 완판 행렬…높은 마진율이 매력

런투어는 여행사에도 높은 수익성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일반 패키지여행 상품의 마진율이 평균 10%인 것에 비해, 런투어는 15~25% 수준의 높은 마진율을 자랑한다. 상품 가격은 유럽 마라톤 패키지의 경우 1인당 400~500만 원으로 일반 패키지 가격보다 높다. 그럼에도 런투어 상품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국제 마라톤 준비에 필요한 모든 행정 절차를 전문적으로 대행하고, 러너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행사가 7대 메이저 국제 마라톤(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 도쿄, 시드니) 공식 파트너사로 인정되면 사업 기회는 더욱 확장된다. 파트너 여행사는 추첨 없이 마라톤 참가를 보장하는 ‘프리패스권’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메이저 국제 마라톤의 경우 기록이 있는 참가자만 연령대별로 구간을 나눠 추첨을 진행한다. 참가자가 몰리는 20~40세 구간은 당첨 확률이 30~50%에 불과하다. 공식 파트너 여행사의 패키지 고객은 별도의 추첨 없이 바로 참가를 확정 지을 수 있어 상품 가치를 크게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클투는 시드니 마라톤의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된 이후, 최대 두 달이 소요되던 패키지 완판 기간이 단 2주로 단축됐다.

문현우 클투 대표는 “런투어의 핵심은 러너들의 니즈를 파악한 뾰족한 상품 기획에 있는 만큼 품이 많이 들어 대형 여행사가 구현하기 힘들다”라며 “클투가 런투어에 집중한 이후 매년 매출이 2배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 여행사에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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