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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도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종료되면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시적인 유가를 제외하면 물가는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며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끝나는 즉시 유가는 돌처럼 떨어질 것이며, 그때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란과의 협상이 임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열기로 했던 회의가 연기됐고,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등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협상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흐르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 각국을 위해 해협의 원유 수송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호르무즈를 둘러싼 공급 불안은 여전하다. 주말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동서 송유관이 가동을 중단한 데다 이란과 걸프 국가 간 협상까지 연기되면서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경유 급등은 이란 아닌 러우전쟁 탓”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에서 최근 급등한 경유 가격의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했다. 그는 “세계 경유 가격 상승은 이란이 아니라 대부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잇달아 공격해왔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연료 생산이 감소하고 현지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까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의 에너지 인프라를 계속 공격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정유시설도 정당한 군사 목표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주 사상 처음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최근 경유 가격 급등을 러우전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함께 이란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도 글로벌 경유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경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약 14% 뛰었고, 중동과 러시아발 공급 차질을 메우기 위한 미국산 석유제품 수출 증가도 미국 내 재고에 부담을 주고 있다.
러시아조차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진단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경유 생산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글로벌 에너지시장 혼란은 주로 “페르시아만 지역의 불안정과 새로운 긴장 고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의 에너지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기로 동의했고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시설과 인프라 등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도 공격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고유가에 물가 부담 커지자 연일 진화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가 미국의 물가 부담을 다시 키우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과거 물가 상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시적인 유가를 제외하면 물가는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물가에 다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트럭과 열차, 선박, 농기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유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운송비와 농산물 가격 등을 통해 물가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강조했다. 그는 미 방산업체들이 24시간 가동되며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토마호크 등 무기를 생산하고 있고 이들 무기가 중동 주둔 미군에 매일 공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고유가의 책임은 러우전쟁에 돌리면서 이란전은 조만간 끝낼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실제 안정되려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재개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와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해소가 필요하다. 미국 내 경유 가격 역시 러시아 정유시설뿐 아니라 중동발 공급 불안이 동시에 얽혀 있어 전쟁 종식만으로 얼마나 빠르게 안정될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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