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D램 수요 확대…D램 시장 재편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XMT는 내년 상반기까지 DDR4 D램의 단계적 생산 중단을 통보했다. 마이크론 역시 DDR4와 LPDDR4 생산 중단을 밝혔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수석부사장은 최근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고객사들에게 DDR4 D램 공급을 향후 2~3개 분기 안에 종료하겠다고 통지했다”고 언급했다. CXMT와 마이크론이 생산 중단을 밝힌 DDR4 D램은 PC와 서버용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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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메모리 기업이 DDR4 D램 생산을 접는 것은 이제 반도체 산업이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기술과 점유율을 통해 원가를 가장 낮춘 기업이 게임의 승자였다”며 “이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원가보다 성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웨이퍼 생산능력(CAPA) 내 수익 높은 제품의 비중을 얼마나 많이 가져가느냐가 중요해졌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비싸도 잘 팔리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D램 시장이 재편된다”며 “구형 D램은 마이크론이나 중국도 만들지 않겠다는 위치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XMT는 ‘우리도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간다, 그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고 부연했다.
‘선단공정 집중’ K반도체에도 영향
이는 DDR5 D램으로 이익을 내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경계 대상 1호는 마이크론이다. 기술력과 증설 투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데다 직간접적인 미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1γ(감마) 공정 기반의 LPDDR5X 샘플을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도 중앙처리장치(CPU)용 1γ DDR5 샘플을 출하했다.
1γ는 6세대 10나노급 D램으로, 선폭은 11~12나노 수준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c D램과 비슷한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1γ 개발을 마치고 샘플 출하 단계까지 나아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1c D램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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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은 기술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크게 밀리지 않는 데도 생산능력이 부족해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미국 정책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 생산능력을 보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는 9.4%포인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와 트렌드포스 모두 같은 차이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의 약진은 한동안 이어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크론이 DDR5 시장에서 전보다 많은 수요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D램 시장이 하이엔드, 고부가가치 제품이 중요해지는 만큼 K메모리 기업들은 결국 차세대 기술 개발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마이크론의 기술력과 물량 모두 추격 속도가 빠르다”며 “우리 기업들은 1c D램 이후를 고민하는 동시에 3D D램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