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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넘보는 美국채금리…각국 통화정책 리셋될까

김윤지 기자I 2025.01.19 11:08:01

[트럼프 시대]
트럼프 불확실성·연준 속도 조절 영향
WSJ “1기 때보다 까다로운 금융 환경”
트럼프, 채권 자경단 충돌 가능성 전망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주요 국가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 같은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는 금리 인하로 돌아선 주요 중앙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美 주도에 글로벌 국채 금리 요동

1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연 4.622%로, 4% 초반대였던 지난달 초와 비교해 10% 넘게 상승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중 한때 연 4.809%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연 5%에 바짝 다가갔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주요국가의 긴축과 가자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요동치면서 영국,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해 11월 말부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 국채(길트) 금리는 큰 상승폭을 보였다. 영국 10년물 국채 역시 미 국채와 마찬가지로 최근 며칠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최근 들어 5%에 육박,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30년물 국채의 경우 1998년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에 더해 영국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 영국 정부의 공공지출 확대 계획으로 인한 국채 발행 규모 증가 등이 영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채권 시장 매도세를 미국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는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기준 금리 인하로 돌아섰음에도 고용 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다.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매파적 성향(통화긴축 선호)이 확인된 것도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보다 덜 올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고, 연준 내 매파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16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 트럼프vs 채권 자경단, 리더십 흔들까

국채 금리 상승은 돈을 빌리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의미로 정부의 이자 비용을 증가시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채 금리가 0.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10년 동안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 3000억 달러(약 437조원)가 추가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정적자가 지금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첫 번째 임기 때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재정 및 금융 환경에 직면해 있다”면서 “트럼프가 1조5000억달러(약 218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통과시켰던 2017년 당시 2%대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당시 올해 일몰 예정인 감세안의 영구화, 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부족한 세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부과해 메우겠다는 계획이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치솟으면 연준은 기준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다시 올려야 한다.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이자 비용 감당을 위해 더욱 많은 국채를 시장에 풀어야 하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영국 트러스 내각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2022년 당시 영국의 리즈 트러스 내각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아래 대규모 감세 중심의 예산안을 내놨다.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트러스 총리는 부자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결국 영국 역사상 최단기(49일) 재임 총리로 남게 됐다.

그를 끌어내린 건 일명 ‘채권 자경단’으로 불리는 채권 투자가들이었다. 채권 자경단은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거나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해 채권 금리를 올리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정부 차입 비용을 강제로 끌어올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CNN, WJ 등은 주요 외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채권 자경단과 충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 변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금리 인하로 돌아섰던 각국 중앙은행들 또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으로 재정 적자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금융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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