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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드러낸 공정위 ‘불시조사 딜레마’…"제도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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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26.08.31 05: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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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사건 불시조사 일반화해선 안돼"
"미국처럼...자료 요구 실효성 높이고,
불시 조사는 법원 영장 등 절차 보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쿠팡의 초유의 현장조사 거부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시조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합 등은 사전통지 시 핵심 증거가 삭제·은폐될 우려가 있지만, 이를 이유로 불시조사를 폭넓게 허용하면 피조사업체의 절차적 권리가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불시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적용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법원의 사전통제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쿠팡, ‘현장조사 적법성’ 법정 공방



30일 관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원이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효력을 다음 달 23일까지 잠정 정지하면서 공정위와 쿠팡간 법정 공방이 본격화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쿠폰 비용 등을 부당하게 떠넘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은 조사 개시 7일 전에 서면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피조사업체(기업)의 거부로 현장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쟁점은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여부다. 행정조사기본법 제3조 제2항은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8개 법률에 따른 조사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법률에 근거한 현장조사에는 원칙적으로 ‘7일 전 사전통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이번 쿠팡 조사에 적용된 대규모유통업법은 적용 제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비교적 뒤늦게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이 적용 제외 법률에서 빠지면서 입법상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불시조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등 은밀하게 이뤄지는 위법행위는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회의자료 등이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사 일정을 미리 알리면 관련 자료가 삭제되거나 은폐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업사건=불시조사, 일반화해선 안돼”

다만 이 같은 사정을 모든 경쟁법 사건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찰·가격담합처럼 사전에 알리면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사건은 불시조사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까지 반드시 급습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관행적으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지와 불시조사가 필요한지를 사실상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며 “모든 사건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면 사전통지와 적법절차 규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공정위 현장조사의 범위와 절차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졌다. 현장조사 시 조사 목적과 대상 및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조사 과정의 적법성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조사제도도 참고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경쟁당국은 민사 경쟁법 조사에서 민사조사요구(CID)를 활용해 기업에 문서와 서면답변, 증언 등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경쟁당국이 기업에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제출하라”고 법적으로 요구하는 제도다. 기업이 자료요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조사와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이를 다툴 수 있고, 기업이 불응하면 경쟁당국은 법원을 통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

“미국선 CID·수색영장...불시조사 보완 필요”

미국 역시 불시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카르텔 등 강제적인 현장조사가 필요한 사건에서는 법원의 수색영장을 받는 구조다.

김현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처벌이 얼마나 센지가 아니라, 기업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도록 하고 자료를 숨기거나 없애지 못하게 하는 절차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있다”며 “불시조사의 필요성을 낮추면서도 전자자료 삭제를 막기 위해 강력한 자료보존명령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대규모유통업법 등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제외 대상에 추가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조사 역시 ‘7일 전 사전통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용제외 대상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통상적인 사건은 자료제출명령이나 거래상대방 등 제3자 조사처럼 기업 부담이 덜한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불시 현장조사는 보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 위반 혐의와 증거인멸 위험, 대체수단 부족 등을 요건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미국에서는 사업장에 대한 강제 현장조사가 필요하면 법원의 영장 통제가 작동한다”며 “공정위 역시 증거인멸 우려 때문에 반드시 불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법원에 이를 소명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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