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통일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추진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2기에서 국방정책을 총괄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 사전 제출 답변서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했다.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역시 상원 외교위의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고 말하면서 기존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이미 북한은 6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고, 최소 수십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국제규범과 동아시아 질서를 위해 미국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 표현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2기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북 정책의 목표를 비핵화 대신 핵 군축·동결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미국 공화당은 ‘북한 비핵화’ 문구를 포함하지 않았고,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기간 동안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북한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달라지게 되면 대북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호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회담에서 핵 감축이나 동결을 목표로 하는 ‘스몰딜(Small deal)’에 나설 경우, 북한 문제에서 ‘한국 패싱’은 가속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는 한미 등 국제사회가 일관적으로 견지해온 원칙으로 NPT 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며 “백악관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과 정책 조율을 위해 트럼프 취임 후 조태열 외교장관의 방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스몰딜’에 나선다면 이 과정에서 정상 간의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에 따라 한국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며 “우리도 장기적으로 자체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 등 다양한 옵션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즉흥적이고 정상 간의 담판을 원하더라도 북핵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스몰딜은 여전히 소수의견”라며 “감행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글로벌 사회의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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