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그늘'…10대 입시전쟁· 20대 취업난에 나홀로 식사

김기덕 기자I 2016.11.15 08:29:24

가족동반식사율 10년새 11%포인트↓…10·20대 최저
1인가구 증가·아르바이트· 가족간 소통 감소 등 영향
영양섭취 필요한 10대 편의점 식사 “신체발달 부정적”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A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가연(가명·17)양의 하루는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매일 정규수업에 보충수업까지 마치고 하교하는 시간은 오후 6시 30분. 하루 종일 이어진 수업에 허기가 지고 진이 빠지지만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 강남구 소재 학원에서 8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을 듣기 위해 서둘러 이동한다. 김 양은 오늘도 학원 앞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과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가정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혼자 밥을 먹거나 밖에서 패스트푸드로 대충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전쟁을 치루고 있는 10대 중·고교생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청년층의 가족 동반식사 결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입시·취업 준비에 1020세대 ‘혼밥’

질병관리본부의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저녁 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는 가족 동반 저녁식사율은 지난해 기준 64.7%로 10년새 11.3%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76%이던 가족 동반 저녁식사율은 △2007년 68.3% △2010년 68% △2012년 66.4% △2014년 65.8%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가족과 저녁식사를 대체로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평소에 저녁을 잘 챙겨먹지 않거나 친구 또는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20대(만 19~29세)의 가족 동반 식사율은 48.5%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20대 절반이상이 일주일에 3번이상 혼밥(혼자 밥 먹기)을 하거나 가족 외 사람과 저녁식사를 한다는 얘기다. 20대 연령대는 가족과 아침식사를 같이 먹지 않는다는 비율도 25.8%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중·고교 청소년(만 12~18세)들의 가족동반 저녁식사율은 60.1%로 전체 연령대 중 두번째로 낮다. 10대 청소년 중 가족 외 친구 등과 밥을 먹거나 혼자 먹는 비율은 각각 21%, 17.5%로 집계됐다. 청소년들이 아침을 가족과 함께 먹는 비율도 4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10대들이 가족과 밥을 먹는 경우가 적은 이유는 대부분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원 등을 가느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서다.

서울 강남구에서 사는 10대 한 여고생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주말 외에는 가족 얼굴을 보기 힘들다”면서 “어쩌다 시간이 나도 부모님이 바빠 혼자 밥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통 단절로 우울증 증가

이처럼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입시와 취업 준비에 시달리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가족과의 소통단절로 인해 우울,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환자는 2013년 1만 2545명에서 2014년 1만 2638명, 2015년 1만 382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고민을 이야기할 시간마저 줄어듯 탓에 우울한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의 벽에 가로막힌 20대는 취업 준비를 하거나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직, 파트타임 등 불완전 고용 형태가 많아 가족과 식사를 함께할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부모와 같이 살더라도 다른 사회환경 속에 살던 386, 486세대의 부모들과 취업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을 겪어 소통이 단절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20대가 저녁을 혼자 밥을 먹는 이유에는 직장, 교육, 고용문화 등 모든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특히 영양섭취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인 10대의 경우 학원 등의 시간에 쫓겨 편의점에서 대충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신체발달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살고 있는 20대 청년층 1인 가구는 85만 7311가구로 지난 2010년 77만 7281가구에 비해 5년새 8만여 가구가 늘었다.

가족동반식사율 : 1주일 동안 7번의 저녁식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4일을 가족과 함께 먹고, 2번은 혼밥(혼자먹는 밥), 1번은 가족 외 사람과 식사를 한다면 가족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1주일 4번 이상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비율을 말한다.

1인 가구 증가, 가족간 의사소통 단절,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혼자 밥을 먹는 인구가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