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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배우 오만석. 뮤지컬 ‘헤드윅’으로 유명하다. 트렌스젠더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조승우·류정한과 함께 ‘뮤지컬 3대 천왕’ 반열에 올랐다. 데뷔 14년차. 오만석은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란 훈장도 얻었다. 비결이 뭘까. 그는 ‘도전’을 꼽았다. “노래·연기·외모 모두 특별한 게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를 더 많이 했다. 내 색을 하나씩 찾아보고 싶었다.” 오만석은 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대 크기를 가리지 않았다. 평범한 시골교사(‘내 마음의 풍금’)에서부터 광기어린 암살자(‘어쌔신’)까지 다양하게 두드렸다. 그리고 이제 뮤지컬 ‘레베카’.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그늘 속에 불안을 안고 사는 막심 드 윈터 역이다. “배우로서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거다. 그래서 도전했다.” ‘레베카’는 지난 12일 개막 이후 배우들의 열연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중. 공연이 오르고 있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오만석을 만났다.
-‘레베카’를 택한 이유는
EMK뮤지컬컴퍼니 작품을 하나 하고 싶었다. ‘모차르트!’ ‘엘리자벳’을 보고 신뢰가 갔다.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든 노래도 좋아했다. ‘레베카’ 속 ‘칼날 같은 그 미소’란 곡의 매력도 작품 선택에 영향을 줬다. 6분여의 곡인데 복합적 감정을 잘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노래다. 막심이 다른 사람은 모르는 레베카의 모습에 진저리치며 부르는 중요한 곡이고. 과연 이 노래를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서 시작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관객 반응이 좋아 기쁘다. 배우 서범석 등 지인들도 ‘품격 있는 작품이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영화가 있다. 달라야 한다는 부담도 적잖았을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충분한 상황 설명 속에서 막심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함축적이며 극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어렵다. 막심은 다혈질이면서도 속은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다. 어두운 듯하지만 재치도 있다. 밋밋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유준상·류정한과 트리플 캐스팅됐다. 비교가 불가피하다
당연히 부담된다. 준상·정한 선배들은 자신만의 색을 연기에 입히는 능력이 탁월해 자극도 많이 된다. 하지만 셋다 정말 느낌이 다르다. 관객들이 보는 즐거움은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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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버스 역을 맡은 옥주현과는 첫 작품이다.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열정도 뜨겁고.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의 꼬리표는 이미 뗐다고 본다.
-순수와 광기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라는 평을 받는다
평가절상돼 있다(웃음). 부족한 게 많다. 중·소극장 위주로 공연하다 보니 무대 장악력이 다소 약하다. 주연으로서 전체를 끌고 가는 힘도 부족하고, 연기 순발력도 미흡하다.
-지나친 겸손 아닌가
데뷔 전 나 자신에 실망을 많이 했다. 처음 꺼내는 말이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입학 당시 과차석으로 들어갔지만 2년 동안 바닥을 기었다. 주위에서 ‘정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며 바라보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 특별한 인생 경험이 없다 보니 내 안에 갇혀 연기한다는 걸 느꼈다. 2년 동안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러다 군대에 다녀오니 변하더라. 교환병으로 복무했는데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교회에서 공연하는 밴드활동도 하고 웅변대회에 나가기도 했다(웃음).
-뮤지컬 배우로서는 승승장구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배우가 드라마를 자주 안 하면 쉽게 잊힌다. 하지만 조바심내지 않을 생각이다. 다작보다 의미있는 작품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되도록 유쾌한 역을 할 생각이다. 그간 들어온 역이 대부분 살인마였다. 막상 딸을 키우는 아버지다 보니 은근히 배역이 신경 쓰이더라. 배우는 그런 거 따지면 안 되는 줄 알지만(웃음).
강한 인상과 달리 오만석은 ‘익살꾼’이다. “오만석이 연습 도중 노래를 일본어와 중국어로 개사해 불러 뒤집어졌다.” 류정한이 들려준 ‘불혹의 막내’ 오만석의 장난기가 이 정도다. ‘레베카’ 출연배우들은 그를 ‘후회막심’이라 부른다. 엉뚱하면서 아이 같은 모습 때문이다. 특히 ‘절친’이니 배우 이선균과는 더 격의가 없다. 오만석은 인터뷰 도중 둘이 2007년 영화 ‘우리 동네’ 촬영하며 싸운 얘기도 들려줬다. “선균이가 나한테 ‘사극 좀 하지 마라’더라. 그래서 난 ‘너는 뮤지컬 좀 해라’고 맞받았다. 그때 둘이서 서로 팔씨름해서 이기는 사람 말을 듣기로 했는데 내가 이겼다. 그런데 선균이가 뮤지컬을 안 하더라.” 이선균은 뮤지컬 ‘그리스’(2003)에서 대니 역을 맡았을 때 음을 잘못 잡아 고생을 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후문이다.
▲오만석이 꼽은 ‘결정적 순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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