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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연구부서 76% "주 52시간 탓에 R&D 성과 줄었다"

김정남 기자I 2025.02.16 12:00:00

상의, 주 52시간제의 기업 R&D 영향 조사
"반도체 등 유연한 R&D 근로시간제 필요"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주요 기업 연구부서 4곳 중 3곳은 주 52시간제 탓에 연구개발(R&D) 성과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R&D 분야만이라도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달라는 게 산업계의 목소리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부설연구소·연구개발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제가 기업의 R&D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기업 연구부서들의 75.8%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R&D 성과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성과가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주 52시간제 시행 5년 이후 혁신성이 떨어진 R&D 분야는 ‘신제품 개발’이 45.2%로 가장 많았다. ‘기존 제품 개선’(34.6%), ‘연구인력 역량 축적’(28.5%), ‘신공정 기술 개발’(25.3%)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의 53.5%는 주 52시간 제도로 R&D 소요 기간이 늘었다고 전했다.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해당 기업의 69.8%가 ‘10% 이상’을 꼽았다. 식품제조 중소기업 A사는 해외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주 52시간제로 개발 실험이 중간에 끊기고 집중도가 떨어져 생산 일정까지 차질이 빚어졌다. A사 관계자는 “결국 납품 기일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며 “바이어와 신뢰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R&D 부서에서 주 52시간제는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R&D 인력 현황을 묻는 설문에 기업의 82.2%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 규제를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연구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유입되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행 유연근로시간제는 기업의 37.8%만이 도입하고 있다고 답해, 제도 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를 통한 자율적 근로시간 관리’(69.4%)를 가장 많이 택했다. ‘R&D 업무에 한해 추가 8시간 연장근로 허용’(32.5%), ‘연장근로 관리를 1주 12시간에서 월·분기·반기·년 단위로 합산 관리’(23.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한국은 근로시간 규제를 포함해 R&D를 뒷받침하는 전반적인 제도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 집계를 보면,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 지표에서 한국은 2018년 37위(총 63개국)에서 지난해 35위(총 67개국)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는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특히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R&D 분야에서 유연한 근로시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업무의 지속성과 집중성이 중요한 R&D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연한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제도의 당초 취지인 사회적 약자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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