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이 지난 9월 말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하고 꺼낸 말이다. 식품값이 오르면 원재료비부터 들여다보는 정부와 사회의 시선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식품 비용 중 원재료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식품산업을 제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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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담합은 엄단해야 한다. 경쟁사끼리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를 부당하게 제한했다면 제재받는 것이 당연하다. 담합은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 식품업계 역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담합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구분해야 한다. 박 회장은 “담합은 불법이고 제재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가격 결정에 영향력이 없는 영업사원들끼리 이야기하는 것까지 담합이 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정보교환을 통한 담합 규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처벌까지 강화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의 가격과 신제품 동향을 살피고 가격 전략을 세우는 것은 기본적인 경영활동이다. 비용 구조가 비슷한 기업이 유사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의식적 병행행위’와 위법한 담합은 구분해야 한다. 정보가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정보교환의 목적과 내용, 경쟁 제한 효과를 따져야 한다.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억눌린 가격은 품질 저하 등 왜곡된 꼼수를 낳고, 신제품 개발과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소비자 선택권과 제품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공정위의 역할은 분명하다. 담합과 불공정 행위를 찾아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적 고민까지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에 기대서는 안 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에너지 비용, 유통 구조, 공급망 등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식품기업의 가격표만 들여다본다고 물가가 안정될 리 없다.
민생을 위한다는 명분이 기업을 압박하는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담합은 엄단하되 정상적인 시장 활동은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쟁을 통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라면값을 누른다고 국민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가 시장의 원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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