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장기화 우려에 식품업계 `한숨`…"가격인상 쉽지 않을텐데"

김정유 기자I 2024.12.10 06:55:18

A사 최근 환율 급등 대응방안 내부 검토
기존 사업계획 수정 가능성도 “예의주시”
B사도 “더 보수적으로” 사업계획 수립 예정
내년 가격인상 해야하지만 “국민 시선에 부담”
수출서도 우려감 “해외 거래처 움직임 변할수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내년도 사업계획 추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 변동은 수익성에 치명적이다. 때문에 업체들도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정국에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가 국민 감정에 반하는 행위란 인식이 있을 수 있어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가공식품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종합식품업체 A사는 최근 원자재 수입 부서, 경영전략실 등이 수차례 회의를 갖고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대책을 논의 중이다. 아직 전사적인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부서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앞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한 상태이지만 이번 탄핵 정국 장기화로 당초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사는 일반적으로 약 6개월간 원자재를 비축한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A사는 당장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원대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A사는 지난해의 경우 달러당 1305원을 기준 환율로 적용해왔다. 원·달러 환율 10%(1305원 기준)가 오르면 A사의 당기수익은 약 118억원 떨어진다.

A사 관계자는 “아직 전사적으로 대응책이 공유되진 않았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지켜보면서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또 다른 식품업체 B사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B사는 내년 3월까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번 탄핵 정국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 더 보수적으로 계획을 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B사도 원자재 재고를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비축하는 만큼 환율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될수록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 식품업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CJ제일제당(097950), 롯데웰푸드(280360) 등 많은 식품업체들이 하반기들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상태다. 탄핵 정국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국내 식품업계가 받는 가격 인상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격 인상도 녹록지 않다. 올 상반기만 해도 총선을 앞둔 정부가 물밑에서 물가 압박에 나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지연시켰다. 내년에도 비슷한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핵 정국 속에서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따가운 국민 시선도 문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도 정부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식품가격을 올리면 국민 반감이 매우 클 수 있어 적정 수준의 인상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식품업체들이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CJ제일제당과 같이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인 식품업체들도 있다. 이들 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수입 부담을 해외 매출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출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도 문제이지만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게 되면 수출 전선에서 우리 식품기업들의 수출 전략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와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해외 업체 또는 기존에 거래 업체들도 거래를 주저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등 변수에 신경 쓰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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