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40.마약 메카?..범죄 증가에 커지는 우려

함정선 기자I 2018.04.09 07:53:26
갱단에 의해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되는 취약 청소년들을 판별하는 방법 등을 알리는 영국 내무부 캠페인 포스터 일부(출처:영국 내무부)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런던은 세계 주요 도시들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부터 강력 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올 들어 4월 현재까지 이미 5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죠.

최근 영국 BBC 등이 런던경찰청과 뉴욕경찰당국 통계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올 2월 한 달 동안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15건으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11건)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총기 규제가 미국보다 엄격한 영국에서는 살인 사건에 주로 총이 아닌 칼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고요. 3월 한 달간의 살인 사건도 런던이 22건으로 뉴욕 21건을 앞섰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 하루에 6명 정도가 사망한 꼴인 2245건의 살인 사건을 기록한 뉴욕은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살인 사건을 세계 제2차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290건으로 낮췄습니다.

반면 런던에서는 살인 사건이 2000년대 감소를 보이다 지난 2014년 93건에서 작년 116건으로 서서히 늘고 있고요.

강력 범죄가 증가하자 런던 경찰의 경계도 삼엄해졌습니다. 길에서 불심검문도 강화하고 흉기소지 등도 더욱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고요. 영국 정부는 또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흉기가 될 수 있는 칼 구매를 금지하는 것 등을 포함해 영국인들의 위험한 무기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런던에서 흉기 살인 사건 등 폭력적인 사건 발생이 늘어나게 된 것일까요.

물론 개인적인 원한이나 정신질병 등의 원인으로 벌어진 우발적인 범행도 있습니다. 그러나 런던에서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 런던 내 불법 마약 거래 증가와, 런던 마약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범죄조직들의 세력 다툼을 원인으로 꼽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런던 토튼햄 지역구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은 BBC 프로그램에 출연해 “올해 토튼햄에서만 4건의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18년 하원의원 재직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런던에서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이 피자를 배달시키는 것만큼 쉽다고 비판하면서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영국은 유럽의 마약 거래 시장이며 런던이 그 중심에 있고, 이 때문에 런던 마약시장을 장악하려는 갱단들의 세력 싸움이 폭력과 범죄 증가에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주로 동유럽이나 알바니아계 갱단 등이 불법 약물을 영국에 들여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내무부는 영국 내 불법 마약 거래시장이 53억파운드(약 7조9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무부의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영국 스코트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2016~2017년 기준 16~59세 국민 가운데 약 8.5%가 마약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스코트랜드의 가장 최근 조사는 2014~2015년 기준인데 당시 성인 6%가 마약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요.

유럽마약감시센터(EMCDDA) 통계를 보면 영국은 작년 마약 관련 데이터를 제출한 유럽 국가 25개국 가운데 불법 약물을 경험한 인구 비율이 7번째로 많았습니다. 마약 종류 가운데서 코카인 사용만 놓고 보면 사용을 경험한 인구 비율이 1위였죠. 엑스터시 사용 비율은 3위였고요.

유럽하수분석그룹(SCORE)이 가정과 공장, 각종 업소 등에서 배출하는 하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출된 마약 잔여물 정도를 기준으로 해당 도시의 마약 사용 정도를 분석하기도 하는데 런던이 마지막으로 조사에 참여한 지난 2016년 당시 런던은 코카인 사용에서 50개 조사 도시 가운데 2위에 올랐습니다. 벨기에 도시 앤트워프가 1위였고요.

영국 내 마약 불법거래와 사용을 뒤처리하는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매년 107억파운드 정도의 정부 자금이 마약 관련 일 처리에 낭비되고 있다고 집계합니다. 보건당국(NHS)의 마약 중독자 치료, 마약과 관련된 절도 등 범죄, 마약 관련 범죄와 관련한 사법절차 진행 등에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죠.

영국 내 마약 사용 증가와 이에 따른 범죄 등도 늘고 있지만 영국 정부가 마약 갱단 등을 통제할 경찰력이나 국경 경계를 강화할만한 자원이 부족한 것이 무엇보다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비용 감축을 위해 지난 7년 동안 경찰 예산을 7억파운드 줄였습니다. 또한 향후 3년간 추가로 3억파운드 삭감을 계획하고 있죠.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 경찰 예산의 75%가 정부 예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런던시 재정에서 정부 예산 삭감분만큼 보존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경찰 예산 삭감과 런던시 범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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